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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서 국민연금 어느 한 쪽 손 들어줄까?


경영권 분쟁 진흙탕 싸움 되며 국민연금 고심도 깊어져
한 쪽 편 들지 않고 기권 혹은 중립의결권 행사 가능성도
2018년 KT&G 사장 선임 안건에 중립의결권 행사한 적 있어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선택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분쟁 당사자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두 가지와 기권이나 중립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 한 가지다. 기권이나 중립의결권은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세 선택지 중 기권이나 중립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옥  [사진=국민연금]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옥 [사진=국민연금]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27일 MBK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 첫 심문기일을 가진다. 만약 법원이 이 신청을 인용한다면 임시주총은 이르면 내달 초, 늦어도 내년 1월께 개최될 수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과 MBK의 승부수는 사실상 다 나온 상황이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결정만 남은 형국이다. 그런데 여러 주주 가운데 특히 국민연금 표심이 경영권 향배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 격차는 약 5%p다. 영풍 및 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최윤범 회장 측보다 앞선다. 공격하는 쪽이 유리한 형국이다. 하지만 7.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전도 배제할 수 없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국민연금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 등과 관련 불성실 공시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 중이고, MBK의 경우 중국 연기금 자본과 결탁돼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으로선 주주총회에서 어느 한 쪽 편을 들 경우 자칫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최대 목적으로 하지만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기권 혹은 중립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기권의 경우 말 그대로 의결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기로 결의하는 것이고, 중립의결권은 다른 주주의 찬성과 반대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투표방식이다. 사실상의 기권과 유사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신규 사외 이사 선임 건에 의결권이 7:3으로 결과가 나왔다면 자신들의 의결권을 7:3 비율에 맞게끔 그대로 산입하는 식이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실제 중립의결권을 종종 행사해오고 있다"면서 "분쟁이 심화되고 있고 어느 쪽이 큰 수익성을 보여주느냐를 가리기 어려운 만큼 중립투표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민연금은 총 3180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찬성이 78%(2481건), 반대가 21.8%(692건), 중립 ·기권이 0.2%(7건) 비율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당시 KT&G 백복인 사장 선임안에 대해 중립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의결권전문위원회는 백 사장의 분식 회계 의혹과 KT&G의 2대주주인 기업은행의 반발 등을 고심한 끝에 중립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만일 기권 혹은 중립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유리한 쪽은 MBK 연합이다. 이미 지분 격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고려아연의 우호지분 이탈이 감지되고 있어 이를 의결권으로 환산할 경우 5%p 보다 더욱 차이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3지대에 놓인 6% 비율의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분쟁의 향방이 달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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