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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 상향, '현실성' 떨어진다"


정부 제도개선방안에 "취지는 맞지만 불황에 쉽지 않아" 목소리
"소규모·신규 시행사엔 시장 문턱 높아져…작은 사업 위주 재편"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론과 실제는 다릅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불황 속에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게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3~5%에서 단계적으로 20%까지 높이기로 한 정부의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왔다.

발표 당일부터 현실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당장은 어려워도 자기자본을 높이면 사업의 건전성이 개선돼 시장이 안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정부의 기대와는 온도차가 있다.

결국 일부 사업자들은 자기자본비율 조건을 맞추기 위해 작은 사업장 위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분한 유예기간이나 사업장 규모별로 자기자본비율을 세분화해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서울 북한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서울 북한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3억 가지고 100억짜리 사업 안돼"…선진국처럼 자기자본비율 높여라

14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부동산 PF는 개발로 발생할 미래 수익에 기대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3~5%수준이다. 시행사가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면 자신의 자금은 3억~5억원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사업을 추진한 후 개발이 완료될 때 수익을 회수한단 얘기다. 보통 자기자본비율이 30%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의 PF 사업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사업은 사업 초기에 2금융권에서 브릿지론 형태로 연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금리나 경기 상황에 따라 PF 사업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경기가 좋고 금리가 낮을 때는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추진해 유리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가 높아지면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될 우려가 크다. 그럼 시행사-금융사-시공사 모두 연쇄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당국은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 오는 2026년 10%에서 2027년 15%, 2028년 2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토지주가 토지나 건물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을 도입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식이다. 토지비가 총사업비의 약 30% 가량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 실현 시점을 고려해 토지가 출자할 때 내야 하는 양도세를 납부 이연 해준다.

또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장은 용적률·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적용해준다. PF 대출 시에도 일정 수준의 PF사업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 적용한다. 상호금융·여전·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 현재 저축은행업권에 적용하는 'PF 대출 시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20%) 요건'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별개로 PF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도 전문평가기관이 인증해서 평가하도록 의무화한다.

[표=금융위원회 ]
[표=금융위원회 ]

◇경기 어려워 인센티브 효과 적어…"자기자본비율 맞추기 쉬운 사업장 위주 재편"

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고 주문한만큼 금융사들은 아무리 권고사항이라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사업의 안정성이 개선돼 시장엔 당연히 긍정적이다.

부동산 PF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브릿지론 취급이 줄어들면 2금융권의 먹거리가 줄어들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국이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권고' 적용한 저축은행권만 봐도 부동산 PF 사업 부실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릿지론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금융당국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하기만 해도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맞추려고 할 것"이라며 "최근 10여년간 살펴보니 자기자본비율이 10% 이상으로 높아진 부동산 PF 사업들은 확실히 덜 실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상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재의 부동산 PF 시장이 활발하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며 시행사들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토지주들도 이익 실현이 확실치 않은데 쉽사리 동참하기 어렵다.

인센티브의 혜택을 받기 위해 자기자본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당국의 기대처럼 빠르게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긴 어렵단 비관론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자기자본비율의 상향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면서 "지금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어렵다. 부동산 PF 사업의 문제 일단락된 후에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게 순서에 맞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자기자본 요건을 맞추기 쉬운 사업장을 위주로 PF 사업의 흐름이 바뀌고 신규 시행사들의 진입장벽도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1000억원짜리 사업의 자기자본비율 10%인 100억원보다 100억원짜리 사업의 10억원 요건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PF 사업의 규모가 커야 주택 수도 많아지기 마련인데, 작은 사업장 위주로 시장이 바뀌면 주택 공급 측면에서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시장은 사업장의 70%가 주거시설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내 집 마련을 할 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으면 금리 부담이 크지만 매수는 수월한 것처럼 자기자본이 많이 투입되면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의 건전성이 높아진다"며 "신생 시행사 등 자기자본이 부족한 곳들의 시장 진입이나, 주택 공급의 물량에서도 제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자기자본비율 규정 권고 이후 주택 공급 물량이 줄었다기보단 사업 규모가 작은 사업만 할 수 있게 됐다"며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2금융권은 아주 큰 규모의 사업은 못하고, 소규모 개발사업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사업장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현실감 있게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면 일례로 사업장 규모 1000억원 미만과 초과로 구분해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세분화해서 차등 적용하고, 비율의 상향 수준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점진적 도입에 동감했다. 이날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공동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국내 PF 사업 선진화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면서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중견 건설사와 시행사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한 단계적 시행방안과 건전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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