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상장회사와 개인 투자자 간의 다툼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곤 한다. 단일 주주가 아닌 소수주주가 철옹성 같은 기업을 이길 가능성이 낮아서다. 최근 소수주주의 움직임은 이 같은 통념을 깨고, 상장사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는 소수주주 운동의 성과로 분류된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 소수주주에게 지탄을 받았다.
결국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담기로 했다. 또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수주주의 의사와 여론이 적극 반영되도록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MoM)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소수주주의 입김이 영향을 끼쳤다. 두산 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비율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결국 재산정했다. 이 마저도 주주의 마음을 달래지 못해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연대는 주주대표소송을 고려 중이며 지난 달에는 여의도 일대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추진했던 셀트리온은 소수주주의 거센 반발을 받아들이고 결국 합병 철회를 결정했다. 소수주주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타 기업과 달리, 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설문조사와 결과를 수용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엎은 셀트리온의 결정에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소소주주의 반란은 대기업만의 현상은 아니다. 아세아제지는 소수주주의 요구를 수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고, 호전실업은 소액주주 연대와 원만한 대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신성통상은 주주 반대로 공개매수에 실패, 상장폐지 계획이 엎어졌다.
최근의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고려아연, 두산 그룹, 셀트리온 등이 추진하려고 했던 계획도 국내 투자자들을 떠나게 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국장'으로 폄훼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또한 최근의 소수주주 운동은 일반주주의 권리와 달라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의 주인은 지배주주만이 아니라 일반주주를 포함한 총주주다. 과거 국내 상장기업은 지배주주만을 위한 기업분할이나 합병 등을 결정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소수주주 운동의 성공 사례는 국내 증시의 재탄생을 알리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더 값진 결과로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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