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국내 가전 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엔 구독 사업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LG전자가 가전 구독 사업을 연매출 1조원의 사업으로 육성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이르면 연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인 만큼 향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 대내외적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가전 시장의 수요 회복이 기대보다 부진한 가운데 두 업체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구독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인공지능(AI) 가전 경험 확대를 통해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설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 대치·강서점 △경기 부천중동점 △인천 연수송도점 등 주요 12개 삼성스토어 지점에서 가전 구독 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AI 가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며, 추후 제품군을 확대해 이르면 연말 정식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시장성과 수익성이 확보된다면 사업 범위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채용 홈페이지에 국내 구독사업을 맡을 한국총괄 경력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올리는 등 구독 사업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 왔다.
당시 모집 공고에는 수행업무로 △시장 트렌드 기반 품목·경로별 판매 시나리오 수립 △구독용 상품·패키지 기획, 가격 전략 수립 △구독상품 매출·손익 관리 등이 안내됐으며, 지원 자격은 구독사업 전반에 대해 이해를 보유하고 구독 상품 운영업무를 2년 이상 경험한 인재로 소개됐다.
또 지난 2월에도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서 TV·모니터·음향기기 등의 사업을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구독관리 경력직에 대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VD사업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미디어 산업과 구독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직접판매(D2C) 방식의 구독 서비스를 기획·설계할 인재를 찾았다.
구체적으로는 △구독 서비스 신규 기획·출시 △구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백엔드·플랫폼 기획 △서비스 개선 전략 수립 △유료 상품 기획·관리 △글로벌 확산·운영 프로세스 수립 등을 담당 업무로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가전 구독 서비스 진출을 본격화한 배경에는 정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및 충성 고객 신규 확보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가전 판매의 경우 고객이 한 번 제품을 구매하면 소모품을 제외하곤 추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나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다. 더구나 대형 가전제품의 경우 한 번 구매하면 교체 주기가 보통 5년~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찾기도 쉽지 않다.
반면 구독 사업의 경우 계약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년 이상 꾸준히 구독료를 받고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 제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또 구매 문턱을 낮춰 1인가구,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신규 고객 유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구독 사업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SK매직과 손잡고 건조기·세탁기·냉장고·청소기 등을 렌탈 판매한 경험은 있지만, 이 마저도 지난해 말 SK매직과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이에 기존 냉장고, TV, 청소기 등의 제품뿐 아니라 노트북, 스마트폰까지 서비스 품목을 확대해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전문 엔지니어가 가정으로 방문해 점검, 수리, 세척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삼성케어플러스'를 구독 서비스에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계열사와 연계해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구독 사업 선두주자인 LG전자는 지난 2022년 대형가전 구독사업을 시작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가전 구독 사업에서만 이미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구독 사업을 통해 거둔 연간 매출 1조1341억원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시장에선 올해 LG전자 구독 사업 매출이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에어컨, 세탁기, TV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관리 및 제휴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가며 구독 사업을 강화해왔다. 지난달 기준 LG전자의 가전 구독 제품은 총 23종에 이른다. 특히 현재 국내 시장을 넘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에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인도 및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김이권 LG전자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독사업을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말레이시아는 대형 가전 중심의 구독 사업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대만, 태국은 영역별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해 10월 구독을 출시했다. 정확하게 일정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추가로 인도 및 기타 아시아 국가 진입을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0년 40조원에서 오는 2025년 1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가전 시장은 신제품이 출시되는 상반기에는 매출이 증가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반면 구독 사업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제조사들에 입장에선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객이 장기간 구독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며 "고객과 기업 모두 손해 보지 않도록 상품을 설계하고, 제품과 서비스 측면에서 고객 만족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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