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장은 ‘약자와 동행’을 위해 달리고 있다. ‘취약’ ‘약자’ ‘소외’ 등 우리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신이 언제든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립 목적이기도 하다고 유 위원장은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최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통해 “권익위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3967건의 고충민원을 처리해 2677건을 해결했다”며 “행정심판은 2만7887건을 심리해 1247건을 인용재결했으며 총 33건의 제도개선을 관계기관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어린 시절 소아마비 때문에 지체장애 4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전했다. 유 위원장은 “개인적 이야기를 드리자면, 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고 그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며 “스스로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몸소 느끼면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약자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유 위원장은 한센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스스로를 ‘한센인 지킴이’이라고 강조한다.
유 위원장은 “한센인들은 과거 정부의 격리 정책으로 깊은 산 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든 정착촌에서 축산업 등에 종사하며 살아왔다”며 “한센인들은 대부분 고령의 장애인들로 별다른 소득 없이 주거환경이 열악한 정착촌 등에 거주하고 있는데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센인의 실태조사는 물론 여러 지원책에 대해서는 권익위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 위원장과 일문일답.
-권익위는 어떤 기관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권익위는 2008년 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가 통합돼 설치된 기관이다. 국민의 권익 보호와 청렴한 사회 구현을 위해 고충민원 처리, 행정심판, 불합리한 제도개선, 반부패‧청렴 정책의 수립‧이행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 등에 대해 국민이 제기한 고충민원이나 행정심판을 처리해 침해된 권익을 구제한다.
이 과정에서 법‧제도가 미비하거나 잘못돼 국민의 권익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는 관계기관에 제도개선을 권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잘못된 행정이나 제도로 인한 권익침해를 국민의 편에 서서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3967건의 고충민원을 처리해 2677건을 해결했다. 행정심판은 2만7887건을 심리해 1247건을 인용재결했고 총 33건의 제도개선을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위원장께서는 취임 전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다면.
“개인적 이야기를 드리자면, 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고 그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저 스스로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몸소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약자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
권익위원장 취임 전에도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이사로서 소속 선수들이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도운 바 있다. 장애인 분들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신앙을 가진 종교인으로서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것을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권익위원장으로서 소명을 다할 것이다.”
-올해 초 취임 후에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취약계층’ 또는 ‘소외계층’이라고도 부르는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은 더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단순히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정도의 문제가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소외계층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현장 방문이나 간담회를 통해 한센인, 자립준비청년, 북한이탈주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권익위의 달리는 국민신문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기관‧단체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보다 효과적으로 취약계층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었다.”
-한센인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센인들은 한센병에 걸렸거나 완치된 환자들을 말한다. 한센병은 1879년 이를 최초로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세균성 질병으로, 걸리면 피부에 염증이 발생하고 신체 조직에 변형이 일어난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운 심각한 질병이었는데 현재는 치료제가 개발돼 완치가 가능하고 완치된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지 않는다.
한센인들은 흉한 외형으로 ‘문둥이’라 불리며 편견과 차별에 따른 각종 피해를 받아 왔다. 그 가족까지 ‘문둥이 자식’으로 불리며 낙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센인들은 과거 정부의 격리 정책으로 깊은 산 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든 정착촌에서 축산업 등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현재 한센인들은 대부분 고령의 장애인들로 별다른 소득 없이 주거환경이 열악한 정착촌 등에 거주하고 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
-권익위에서 한센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권익위는 2021년 12월 ‘한센인 권익보호와 정착촌 환경·복지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농림축산식품부 등 9개의 중앙부처와 여수시, 전라남도, 안동시, 경상북도 등 66개의 관할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지속해 이행관리를 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수시, 안동시, 산청군, 영광군 등 관할 지자체는 한센인의 권익보호와 정착촌의 환경‧복지개선을 위한 사업계획 등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농식품부‧환경부‧질병청‧행안부 등 관계 부처에서도 기초생활보장수급 기준 개선, 정착촌 환경정비사업 지원 확대, 지방세 감면 등 지원을 강화했다.
권익위는 종합대책 마련 이후에도 한센옴부즈만센터 운영, 한센유관단체와 업무협약 체결 등 권고 이행관리, 한센인들의 고충을 발굴하고 해결을 위한 업무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집단민원 현장조정,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한센인들의 고충을 직접 청취하고 발굴된 관련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2020년 이후 지금까지 관계기관과 관할 지자체와 협업해 경주, 남양주, 거창, 여수, 인천, 세종, 청주, 영광 등 8개 한센인 정착촌에서 제기된 집단민원을 해결했다.
올해에도 청주 에버그린사회복지센터(2월)를 시작으로 의왕 성라자로마을․한국한센복지협회(3월), 고흥 국립소록도병원(5월), 여수 애양평안요양소‧도성마을(5월), 산청 성심원(6월), 안동 성좌원‧계명마을(10월) 등 한센인 시설과 정착마을 등 9곳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선물 전달, 고충 상담, 민원 해결 등 필요한 지원을 했다.
여수시와 안동시는 권익위 권고‧조정, 도움 등을 계기로 올해 8월과 10월 환경정비 공모 사업에 선정돼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정착마을 내 방치된 축사 등 유해시설을 정비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등 마을에 거주하는 한센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 복지 개선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국민신문고’는 이제 많은 국민도 알고 있다. ‘달리는 국민신문고’는 무엇이 다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달리는 국민신문고’는 권익위 조사관과 협업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상담반이 민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과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가 현장에서 민원을 상담·접수하는 제도이다.
권익위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 정부의 행정과 관련한 고충을 상담하고 법률구조공단, 사회복지협의회 등 9개 협업기관은 생활법률, 사회복지, 소비자피해, 일자리, 대출 등 생활 속 고충을 상담한다. 9개 협업기관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국토정보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한국고용정보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다.
‘달리는 국민신문고’는 지역형과 맞춤형의 두 가지 형태로 연간 100회 이상 운영되고 있다. 지역형은 농어촌을 끼고 있는 157개 시·군 지역을 순회하며 시·군청에 상담장을 마련하고 상담을 한다. 올해는 10월까지 30개 지역을 방문해 민원 상담을 했다.
맞춤형은 전통시장, 농공단지, 임대주택, 한센인 마을, 청년센터,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찾아가 상담을 하는데 올해 10월까지 54회 운영했다. 정부가 직접 주민들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들어주고, 민원해소 방안도 같이 고민해 주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호응도와 만족도가 높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사업’도 눈에 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사업’은 경제적 도움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정을 발굴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권익위와 한국마사회, 한국국토정보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석유공사, 한국농어촌공사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위기가정 50가구에 각 1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지원했다. 5개 공공기관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금을 기탁하고, 권익위는 달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위기가정을 발굴해 추천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추천받은 위기가정에 필요한 물품이나 연체된 전기세, 관리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가족돌봄청년, 조손가정, 여성가장, 독거노인, 극빈가정 등 다양한 사정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위기가정을 발굴·지원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선생님 손에 이끌려 상담 온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오래전 가출해 아버지와 단 둘이서 살던 중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해 병원비를 지원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또 치아가 없어 식사를 못해 죽고싶다고 호소하는 50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틀니를 지원한 사례, 남편이 폐암 발병 후 한 달만에 급작스럽게 사망해 어린아이 2명을 홀로 키우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게 생계비를 긴급 지원한 사례를 통해서도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을 말한다. 매년 약 2000명 정도의 청년이 보호가 종료돼 자립준비청년이 되며, 정부는 5년 동안 자립수당(월 50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으로 자립준비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권익위는 지난 6월 자립준비청년들과 간담회를 열어 청년들의 어려움과 고충이 무엇인지 직접 들었다.
당시 간담회에서 나온 청년들의 복지, 주거, 취업 등의 고충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 김앤장 변호사 12분을 자립준비청년의 멘토로 위촉하고 생활 속 법률 지식 등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권익위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멘토링 사업을 보다 확대할 것이다. 청년들의 복지, 취업 등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권익위의 지원도 있는지.
“현재 탈북 후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약 3만4000명에 이르고, 권익위는 이 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8월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계기로 간담회를 개최해 북한이탈주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청취하고 관계기관과 함께 해소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죽음을 무릅쓴 북한 이탈과정에서 발생된 트라우마, 성장 과정에서 습득하지 못한 생활상식과 법률 지식의 부족, 우리 사회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 등 정착과 자립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권익위는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각종 법률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한국기자협회 등에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관련 기사는 자제하도록 협조 요청하기로 했다.
북한이탈주민 한 분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본인도 모르게 주택을 소유하게 됐고 이로 인해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격인 무주택 요건을 상실해 퇴거 통보를 받게 됐다면서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9월 권익위는 민원인이 사기를 당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며, 공공임대주택에서 퇴거하면 의지할 가족도 없고 주거와 생계 불안이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해 퇴거 처분을 취소하고 계속 거주하도록 조치할 것을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앞으로 권익위에서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간략히 말씀 부탁드린다.
“올해 1월,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권익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 정책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불합리한 행정으로 인한 불편은 없는지 저부터 앞장서서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권익을 보호하겠다.
내년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한센인, 자립준비청년,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보다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지원할 계획이다.
권익위와 협약을 체결한 기관들은 물론이고 그 밖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단체들과 힘을 합쳐서 보육시설 아동 등 지원대상을 통합적으로 추가 발굴‧관리하고 체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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