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공포의 대상이면서도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방사선을 휴대폰이나 고글을 이용해 실시간 영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방사선 피폭 사고 예방과 방사선 안전관리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 대체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실증시험을 지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도연구센터(CRC)인 성균관대 ‘메타버스기반 방사선 안전 ICT 연구센터’ 채종서 교수팀은 ‘휴대폰 · 고글을 활용한 방사선 영상 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방사선 검출기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시각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후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시각화 방사선의 검정, 측정 고도화를 위한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방사성물질을 취급하는 생산현장, 병원, 첨단연구 현장 등에서 방사선 방출 여부를 사전에 휴대폰이나 특수 고글에 비춰지는 영상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선 피폭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방사선은 사람의 오감(五感)으로 그 존재를 알아챌 수 없다. 높은 선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피부가 괴사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할 정도다.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산업현장, 연구 현장 등에서는 방사선 피폭관리가 안전관리의 가장 핵심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방사선 검출기, 방사선의 분출 여부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휴대폰 앱, 특수 고글, 방사선 검출기가 포착한 방사선의 공간 분포도, 강약 정도, 방사성 물질과 거리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방사선 검출기와 영상처리용 컴퓨터, 휴대폰 앱, 특수 고글은 서로 무선으로 연결돼 있어 실시간으로 방사성 물질의 위치와 공간 안의 방사선의 세기 등을 영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휴대폰이나 고글을 선택해서 이용하면 된다. 작업자는 먼저 휴대폰 앱을 연 뒤 작업장 입구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공간을 휘둘러 비춰보면 방사선이 뿜어져 나오는 위치와 방사선의 강약, 작업자와 방사성물질과의 거리가 휴대폰에 나타난다.
특수 고글을 사용할 경우에도 고글 화면에 휴대폰과 같은 정보를 담은 영상이 나타난다. 방사선이 강한 곳은 붉은색으로, 약한 곳은 주황색으로 표시된다. 색깔이 표시되지 않은 곳은 방사선이 전혀 없는 곳이다.
이 기술의 실증시험은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RI응용부(이교철 부장)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암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나 감마카메라 등의 암 진단 촬영을 위해 인체에 주사하는 액체 방사성물질도 포함된다.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장비는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완전 차폐된 커다란 사각공간(Hot Cell) 내에서 로봇 손에 의해 생산된다.
그 속에 방사선 검출기를 넣어 놓은 뒤 휴대폰 앱을 열거나 특수 고글을 쓰고 보면 작업 공간 안에 방사성물질이 현재 들어 있는지 없는지 즉각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업 중 실수로 극소량(1cc 정도)이라도 액체의 방사성 물질을 흘렸거나 아주 작은 고체의 방사성 물질을 잃어버린 사실을 인지 못해 방치됐을 경우에는 다수의 작업자들이 심각한 방사선 피폭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번 시스템을 설치해 놓으면 그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연구팀의 기술은 손바닥만 한 국산 저가 방사선 검출기(개당 몇 십만 원)를 40여개까지 서로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방사선을 취급하는 공간 곳곳에 방사선 검출기를 설치해 놓을 수 있다.
한 대당 수억 원씩 하는 외국산 방사선 검출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방사선 작업자들의 방사선 피폭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소형 방사선 검출기의 시장 개척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기술의 상용 버전을 개발해 전국의 방사성 물질 취급 생산현장, 연구 현장 등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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