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명태균 게이트'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검찰이 명씨가 사건 관계인들의 회유로 도망할 우려가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뉴스24>가 12일 입수한 8쪽 분량의 명씨의 구속영장에서,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가 중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사건 관계인들의 회유 등으로 인해 도망할 우려가 농후하며, 나아가 증거인멸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도주·잠적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했다.
검찰은 "명씨가 대통령·국회의원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당 공천을 매개로 거액을 수수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시켰고, 모든 범행을 주도적으로 기획·실행한 자로서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을 농락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거나 '다 불태우겠다'면서 언론을 통해 증거인멸을 공공연히 수차례 예고한 것도 '구속 필요 사유'로 영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명씨는 이런 진술에 대해 추궁 당하자 '아버지는 1982년 사망했고, 마산 화장터에서 화장해 산소 같은 것은 없다'며 본인의 발언을 번복했다"면서 "명씨는 이미 증거를 인멸했고, 불구속 수사할 경우 남은 증거를 추가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9월 첫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검찰에게 '6개월 마다 휴대전화를 바꾼다',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는 휴대폰 매장에 건네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명씨는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 저장 내용을 새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하고, 이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겨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설 포렌식 업체를 압수수색한 결과 명씨가 휴대전화 4대와 USB 1개를 추가로 더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면서 자신이 구속되면 자료를 다 공개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영장에서 "명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나 압수수색 등 물적 강제수사, 관련자들 소환조사, 임의제출 등을 통해 확보한 다수의 인적·물적 증거에 비춰 혐의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명씨의 범행 사실은 객관적 자료와 공범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명씨가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까지 해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권력과 금권을 결합시킴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왜곡했다"면서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전날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받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김 전 의원으로부터 그해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세비 총 7620만여원을 받은 혐의다.
이와 별도로 명씨는 김 전 의원과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 김모 소장과 공모해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고령군수 예비후보자 A씨와 같은 당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B씨로 부터 공천에 힘써주겠다며 각각 1억 2000만원씩 총 2억 4000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다만, 명씨와 김 전 의원, A·B씨 등 4명 외에 김 소장과 김 전 의원의 세비를 명씨에게 전달한 김 전 의원실 전 회계책임자 강혜경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4명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창원지법 정지은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오후 2시부터 차례로 열린다.
정치자금법 45조와 32조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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