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지난 상반기엔 상장한 모든 기업이 공모 밴드 초과 혹은 상단으로 공모가를 책정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하단도 못 미친 미달에 상장되는 곳도 등장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공모희망가 하단 혹은 범위에도 미치지 못하고 공모가를 책정한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모든 공모주가 공모가 범위를 초과하던 상반기까지의 분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달 말 수요예측을 마친 엠오티는 공모희망가를 1만2000~1만4000원으로 책정했지만, 결국 공모가는 1만원으로 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1천46곳 중 52.39%가 공모가 하단도 미치지 못하는 1만~1만1000원에 신청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에스켐 또한 희망공모가액(1만3000~1만4600원)보다 낮은 1만원을 공모가액을 설정했고, 쓰리빌리언은 희망공모가(4500~6500원)를 겨우 맞춘 4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IPO 시장에 훈풍을 넘어 과열 단계에 진입하자 공모가 희망 밴드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올 상반기 증시에 입성한 상장사 중 모든 회사가 밴드 상단 혹은 초과해 공모가를 책정했다.
하반기 들어서 IPO 시장에 냉기가 돌자 공모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정하는 곳들이 나왔다. 최근엔 공모 범위를 하회하는 경우까지 등장했고 결국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흑자 기업인 미트박스글로벌이 공모주 시장 침체를 지적하며 상장을 철회했고 케이뱅크, 동방메디컬도 수요예측에서 참패하고 상장 절차를 미루기로 했다. 빅테크사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상장 작업을 멈추고 미국 증시 IPO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적정 공모가를 생각하지 않고 각자의 잇속만 챙겨 온 기관과 투자자, 적정 가격을 책정하지 못한 주관사가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터무니없이 높게 신청가격을 써내는 기관과 시장에서 받아주는 일반 투자자, 그리고 고평가에 흔들려버린 주관사의 합작이라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분석이나 평가보다는 '돈 놓고 돈 먹기'식으로 뭐하는 회산지도 모르고 들어가서 첫 날에 바로 팔아버리는 양상이 계속되다 현재의 이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상반기에 흥행을 넘어 과열까지 오르다 현재의 침체기로 접어드는 과정이 시장에서 자적작용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내년 공모 시장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에 공모 시장이 좋지 않아 상장 철회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 같진 않다"며 "상반기에 과열됐다가 하반기에 안정, 약세로 접어드는 국면도 시장이 자정 작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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