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동덕여자대학이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곳곳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한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지난 11일 오전부터 본관 앞에서 "공학 전환 완전 철회" "민주동덕 지켜내라" "여자가 만만하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동덕여대 본관 앞에는 "명애(김명애 동덕여대 총장)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학생들은 항의의 의미로 대학 점퍼(과잠)를 벗어뒀다. 학내 곳곳은 빨간 라카 스프레이로 쓴 공학 전환 반대 메시지와 테이프로 붙인 반대 문구가 가득했고,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은 각종 쓰레기와 달걀, 페인트 등으로 뒤덮였다.
X(옛 트위터)에서는 12일 10시 기준 해시태그 '동덕여대'가 트랜드 1위에 올랐다.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소멸할지언정_개방하지 않는다'는 해시태그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온라인에서도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동덕여대 시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학교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인데 당연히 나서야 한다" "재학생들이 싫으면 (남녀공학 전환) 안 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반면, "저출산 시대에 재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시위를 해도 너무 과격하게 한다" 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동덕여대 교무위원회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확산됐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공학 전환은 여대의 설립 취지와 여성의 지위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반대 연대 서명과 전환 철회를 요구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을 이처럼 거세게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2018년 발생한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이 꼽히고 있다.
당시 한 남성이 동덕여대 건물에 침입해 나체 사진과 음란행위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그는 "여대라는 특성에 성적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여대를 겨냥한 성범죄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학교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한편 남녀공학 전환의 경우 교육 당국의 인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교육부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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