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5일을 기점으로 19년 정치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는다. 이 대표가 내내 달고 다닌 '사법리스크'라는 꼬리표를 떼게 될 지를 결정하게 될 첫 관문이다. 이 대표는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곳의 재판부에서 재판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 '선거법 위반' 쟁점, '고의성' 여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고의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는지 여부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한 방송에서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재직 때는 몰랐다. 하위 직원이었다"고 답했다.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가 대통령 당선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고, 이는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이 대표가 고의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이자 기소"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배경에는 '양형 기준법상 최고형' 요청이 있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검찰의 구형 요청 당시인 지난 9월 "징역 6개월 정도가 통상적이지만 그 기준을 넘어섰다"며 "법원을 향해 높은 형을 구형했으니, 제발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압박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 민주당, '무죄' 확신 속 우려 공존
당은 정치적 의도를 떠나 법리적으로도 유죄가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학력, 가족관계 등 행위 어디에도 특정 인물을 '안다-모른다'가 위법이라고 나와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토부 압박' 여부도 고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될지 의문일 뿐 아니라, 국감에서 발언이기 때문에 선거법이 적용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선 자당의 논리를 내세워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발맞춰 법원 역시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균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일단 무죄가 선고될 거라는 당연한 기대는 하고 있다"면서도 "재판은 재판인지라 긴장감이 좀 있다"고 했다. 한 당 관계자는 "사법부라고 해서 100%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판단을 내렸으면 '유감스럽다'고 말해야 하고, 당이 나서야 한다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선거법 규정이 모호한 탓에 '유죄'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이 소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허위사실 공표는 선거공보에 거짓이 들어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보통인데,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발언한 것도 아니고 인터뷰 중에 한 것을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고 문제"라고 했다.
◇ '회복 불가' vs '유력 대권주자'
당내에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은 야권 유력 대권주자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정치 입문 이후 떼어지지 않은 '꼬리표'였다. 첫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지난 2020년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최종 무죄가 나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사법리스크의 산'은 4개나 존재한다.
오는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이들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게 된다면 여권의 위기가 확정될 정도로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 발돋움하게 된다. 더욱이 당장 오는 15일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여야의 전략에도 대격변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리스크'를 중심으로 견제가 이뤄졌던 방식이 여당의 공세 동력 상실로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대표 범죄 의혹만 가지고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공격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견제 명분으로 내세울 수단을 다시 찾아야 한다.
반면,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사법리스크 첫 관문부터 유죄가 선고된다면 국민 시각 역시 '이재명은 유죄'로 각인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운신의 폭이 좁아질 전망이다.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여론전에 나서거나 법원의 판단을 부정한다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자금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일극체제' 속에서 당장 당내 반발은 표출되지 않더라도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입장에선 매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남은 3개 재판에서도 유죄 판단이 나올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회복 불가능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번 판결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며 "만약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대법원까지 가봐야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유죄'라는 인식만 남을 가능성이 크기에 이 대표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캠페인이 효과를 더욱 발휘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25일 위증교사 혐의에서도 유죄를 받는다면 프레임 강화는 시간문제"라면서 "야당 대표로서의 자격과 향후 정치 지도자로서 역량이 문제 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과 검찰의 검찰권 남용으로 억울함을 당한 '정치 지도자'의 면모를 내세워 국민 설득에 나서는 등 여론전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역으로 여당 입장에서 위기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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