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도로가 넓어진다고 한들 땅은 한정돼 있으니 2만가구를 공급한다면 어차피 병목 현상은 나올 수밖에 없죠. 길이 막히면 이 지역 외에도 주변 지역에 직격탄이 될 겁니다." (서리풀지구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11일 오후 찾은 서리풀지구 일대 주민들은 벌써부터 교통 체증과 고밀 개발에 대한 우려가 기대와 함께 섞여 있었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이번에 서울·경기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이르면 오는 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총 5만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서울에서는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우면동 일대 서리풀지구 221만㎡를 해제해 2만가구를 공급한다. 이번에 해제 지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당국은 2만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고밀 개발을 언급했다. 역세권의 고밀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한 신분당선의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이 넓어 지하철역을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미 조성된 내곡지구와 인근의 아파트들은 최고층이 20층 수준이다. 보통 고밀 개발이라 하면 30층 넘는 높이를 예상해 어느 정도 수준의 개발이 가능할지 관심이다. 1077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서초포레스타2단지'가 최고 21층, 바로 붙어 있는 1264가구 규모의 '서초더샵포레' 아파트가 최고 20층이다. 청계산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 585가구 규모의 '서초포레스타6단지'는 최고 7층 높이다.
B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체 해제 면적을 고려하면 2만가구가 들어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땅 모양이 길쭉하고 모양도 삐뚤빼뚤해서 가능할까 싶다"면서도 "그나마 염곡동이나 내곡동 쪽이 넓은 편이라 그쪽은 고밀도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계산 조망 때문에 서초포레스타6~7단지도 7층으로 막았다"며 "청계산 주변은 고밀 개발은 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역세권 개발을 언급한만큼 추가로 검토되는 신분당선 신설 역 설치에 대한 위치도 관심이다. 똑같이 신분당선을 타도 판교역에서 1개 역 떨어진 청계산입구역은 약 6분이 걸리고, 청계산입구역에서 그 다음역인 양재시민의숲은 2분 소요된다. 그만큼 역 사이 거리가 꽤 크다는 얘기다.
C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분당선이 지나가는 노선과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고려하면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역보다는 청계산입구역에서 양재IC 사이에 추가 역이 신설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029년 첫 분양을 위해 토지 보상을 마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막상 계획대로 진행해도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
당국은 서리풀지구에서 세로로는 서울 중심지로, 가로로는 과천시를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양재시민의숲역), 4호선(선바위역)간 순환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환승 체계를 만들고, 청계산로 확장 등으로 병목 구간의 정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경부고속도로와 헌릉로가 성남 분당이나 판교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2만가구가 실제로 입주하는 오는 2031년 이후에는 '병목 현상'이 우려스럽단 얘기도 있다.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교통망이 개선돼 환승센터가 생긴다면 이 동네로선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서울 위쪽에서부터 계속 교통량이 유입하는 되는데, 이 지역을 지나 분당이나 주변 지역으로 진입하는게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그래서 지금 얼마?…"'내 땅도 그린벨트 해제되냐' 문의 전화 줄이어"
현재 주변 지역의 토지는 3.3㎡당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간간이 거래가 됐지만, 이제는 높은 호가나 매도에 대한 기대만 있다는 전언이다.
B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애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농업을 목적으로 300평 이상의 토지를 구입하는 경우 등 조건이 맞아야 매수가 가능해 토지가격이 10억원 이상"이라며 "애초에 거래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발표했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환금성이 떨어졌는데 이제는 그린벨트가 해제됐고 향후에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토지 소유자들은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거래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호가가 오른다고 해도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으며 실제 주택 공급 시점의 시장 흐름을 봐야 한다는 전언이다.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좋은 위치의 토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해준다는 점에서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전체를 고려해야 하니 단시간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