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주주 친화적'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에겐 어려움이 많으며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20년 전의 문제와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최근 발간한 '미로 같은 한국 주주총회 길찾기'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국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같이 분석했다.
ACGA는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전세계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글로벌 투자은행(IB), 상장사, 회계법인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ACGA는 회원사들과 함께 올해 3월 정기주총 시즌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약 20년 전에 존재했던 많은 장애물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ACGA의 스테파니 린 연구원은 "지난 3월 ACGA 대표단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14일이라는 짧은 주주총회 소집 통보 기간과 주총 직전에야 공시되는 사업보고서, 이사 보수에 대한 정보 부족, 외국인 투자자에만 촉박한 투표 일정, 3월 말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주총 쏠림 현상 등을 문제로 언급했다.
그는 한국 상법이 규정한 주총 소집통보 기간 14일이 중국(20일), 인도(21일), 대만(30일) 등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짧다고 짚었다. 또한 한국 상법은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공시하도록 하는데 ACGA는 이 기간도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너무 촉박해 최신 재무 데이터를 보지 못한 채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외국 운용사의 주총 안건에 대한 투표는 현지 의결권 행사 서비스 업체와 글로벌 수탁은행을 거치고, 한국예탁결제원은 행사된 표를 모아 주총 5영업일 전 기업에 전달하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린 연구원은 "예탁원은 외국인의 투표를 (한국인보다) 조기에 마감하는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정기주총 의안을 검토·분석하는 시간은 3~5일에 불과하며 경우에 따라서 반나절밖에 남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배당 절차 개선, 전자투표제 도입 등으로 주주총회가 점차 '주주 친화적'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린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가 널리 채택되지는 않았다"며 "주총 시기 쏠림은 여전히 과도하고 이사 보수와 구체적인 투표 결과 등 핵심 정보들에 대한 투명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임장 요건, 언어 장벽, 시간대가 다른 여러 기관 간의 조율 등 절차적 장애물들은 외국인 주주의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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