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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의 세계로 보는 그곳…양성자가속기 현장을 가다 [지금은 과학]


경주 양성자가속기, 물질의 본질에 더 가깝게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 내부. [사진=정종오 기자]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 내부.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모든 물질을 쪼개 쪼개면 원자로 귀결된다. 인간의 몸도 원자로 구성돼 있다. 이런 미시의 세계를 본다는 것은 그 본질에 가깝게 다가선다는 의미이다. 지난 7일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를 찾았다.

경주시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이곳에는 양성자가속기가 자리 잡고 있다. 물질의 입자 구성은 원자로 이어진다. 모든 물질과 생명체는 다양한 종류의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뤄져 있다.

인류의 과학은 이 원자의 움직임과 이를 규명하는 곳으로 귀결되고 있다. 본질에 가깝게 접근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1세기 과학기술은 학제 사이 경계가 없어지고 분자와 원자 수준의 연구를 대상으로 한다.

분자와 원자 수준의 연구를 위해서는 중성자, 양성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이용하면 관찰과 가공의 수단으로서의 필수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속기(Accelerator)란 ‘원자로부터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 전자, 이온 등의 전기를 띤 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을 이용해 빛의 속도(30만km/초)에 가깝게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를 말한다.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 [사진=정종오 기자]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 [사진=정종오 기자]

이날 양성자가속기에 대한 설명을 이끈 이재상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자연계의 근본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장치가 가속기”라며 “구동하는데 매우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거대과학 연구시설의 가장 대표적 장치”라고 소개했다.

양성자가속기 건물은 일반 건축물과 다르다. 외벽과 내벽이 모두 두꺼운 구조로 돼 있다. 방사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험실을 사용한 이후에는 몇 시간 동안 위험물질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휴식 시간도 가져야 한다.

이 단장은 “양성자가속기는 전기장을 이용해 양성자를 가속한 후 물질과 충돌시켜 새로운 물질 생성, 물질 영향 평가 등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반도체 도핑, 배터리, 신약과 백신, 신소재 등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는 ’100MeV(메가전자볼트)‘ 수준이다. 앞으로 2029년까지 200MeV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년 이후 1GeV(기가전자볼트) 양성자 가속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세기 과학기술 패러다임은 원자로부터 나왔다. 전자와 핵, 빛을 통한 연구가 중심이었다. 전자를 통해서는 고체 물리와 전자기학으로 발전하면서 1930년대 이후 전기·전자 산업을 이끌었다.

핵은 핵물리로 이어지면서 1950년대 이후 원자력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빛은 광학으로 자리잡으면서 1970년대 이후 레이저 산업의 기반이 됐다.

원자는 모든 물질의 기본이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는 모든 물질의 기본이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21세기 패러다임은 핵자로부터 시작했다. X-선, 중성자, 양성자가 주인공들이다. X-선은 방사광 과학으로 이어지면서 1980년대 이후 방사광 산업(생명정보, 물질정보) 등으로 나아갔다.

중성자는 중성자 과학을 이끌면서 1990년대 이후 중성자 산업의 중심이 됐다. 양성자는 양성자 과학으로 발전하면서 2000년 이후 양성자 산업(미래원천기술, 신 의료기술, 우주 기술 등)으로 진출했다.

물질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접근하면서 숨겨져 있던 자신의 본질을 드러낸다. 초속 500km(1keV)에 이르면 물질 표면의 원자 또는 분자를 낱개로 떼어낼 수 있다. 나노가공과 빔 가공에 이용한다.

초속 5000km(100keV)에 달하면 물질 속에 박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변화시킨다. 반도체 도핑에 사용한다.

초속 5만km(10MeV)는 물질 내의 원자핵과 반응해 새로운 원소를 만든다. 동위원소 생산, 신종 유전자원 개발에 이용한다.

초속 13만km(100MeV)에 달하면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 가벼운 원소 또는 중성자를 생성한다. 신종 동위원소, 중성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다. 속도가 무려 초속 26만km(1GeV)에 이르면 파쇄 중성, 자원 생성이 가능하다. 배터리, 백신과 신약, 신소재 개발로 이어진다.

물론 그 어떤 것도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접근함으로써 본질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이 단장은 “차세대 이동통신, 미래자동차 등에 필요한 대기, 우주방사선이 검증된 반도체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어 양성자가속기는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2002년 착수해 2012년 완공했다. 총 예산 3143억원이 투입됐다.

최근 5년 동안 442개 연구과제, 131개 기관, 이용자 1494명, 1만375 공정을 지원했다. 이 단장은 “올해 9월 기준 양성자가속기 총 누적 운전 시간은 3만4942시간이고 연간 평균 가동률은 96.0%에 이른다”며 “반도체 기업의 양성자가속기 빔 타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 주조종실. [사진=정종오 기자]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 주조종실. [사진=정종오 기자]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원자력을 이용한 우주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원자력을 이용하면 지구에서 화성까지 기존에 걸리던 6~7개월을 3개월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탐사선을 발사할 수 있고 이동시간 단축으로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은 밤이 14일 동안 계속되는 달과 모래 폭풍이 잦은 화성에서 태양광보다 안정적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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