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전 세계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고 불린다. 현재 국산 의약품 중에는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후보군으로 유한양행의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렉라자 병용요법, 타그리소 잡을 수 있을까… 연구 결과 주목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이다. 올해 8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을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최종 승인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항암제가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쾌거다.
앞서 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얀센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으며, 최근 미국에서의 상업화 성공으로 얀센으로부터 800억원 상당 기술료를 수령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올해 3분기 기술료 수익은 982억을 기록했고,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96배 상승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상 약물인데, 폐암을 유발하는 암세포와 EGFR 변이 등을 표적으로 삼아 제거·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기에, 이를 해결하고자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택했다.
렉라자 병용요법이 FDA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마리포사(MARIPOSA)' 연구 결과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마리포사 연구는 렉라자 병용요법을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병용요법이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타그리소'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질환이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사망하지 않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타그리소보다 16.6개월 더 길었다. 또한 사라진 암세포가 재발하지 않는 기간인 반응 지속 기간(DOR)에서도 25.8개월로 나타나 타그리소보다 9개월 더 길었다. 타그리소의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은 7조7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리포사 연구 결과는 해외 유력 의학지에 다수 실렸기에 의료계에서 눈여겨 볼 것"이라며 "또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존슨이 렉라자 병용요법 최고 매출을 50억달러로 목표로 잡았고, 존슨앤존슨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연매출 1조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 엑스코프리, 4분기 연속 성장세…적응증 추가 확보가 중요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매출 성장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매 분기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부터 창사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에서 직접판매(이하 직판) 체계를 갖춰 매출 총이익률이 90%대 중반에 달하는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올해 3분기 SK바이오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1.2% 증가한 136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판 매출이 전 분기에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에는 1133억원으로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이 예상하는 올해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최대 425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2708억원으로 2022년보다 60%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도 5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 기준 10조원에 달하며, 이중 최대 시장인 미국이 약 5조5000억원(55%)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성장하면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뿐만이 아니다. 엑스코프리의 주성분인 세노바메이트는 흥분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나트륨 통로를 억제하고, 억제성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GABA-A' 수용체의 간접적으로 활성화하는 이중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은 기존 뇌전증 '성인 부분발작'인데, SK바이오팜은 이를 '성인 및 소아 전신발작'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엑스코프리를 활용해 '청소년 부분발작'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임상 및 적응증 추가는 공략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엑스코프리가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의사들을 전담하는 기술 영업 인력을 충원하고, 영업 인신티브 구조 개편 등을 통해 엑스코프리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광고를 통해 신규 환자와의 접점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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