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끼칠 영향을 놓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국내 부동산시장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까도 관심사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으로 인해 경제에 끼칠 불확실성이 커지면 우리나라의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제한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끌고 간다면 우리나라의 금리도 낮아질 여지가 있어 국내 주택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금리 인하가 그리 쉽사리 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트럼프 당선, 우리 집값엔 어떤 영향?…"경제 타격 받으면 주택 구매 수요 줄며 약세장 전망"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예정이다. 그에 앞서 당선인 신분으로 취임 전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2기 트럼프 집권기에 당장 우리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요인은 저금리와 약달러를 지향하는 그의 의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진다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50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한국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하며 보조를 맞췄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영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공약이 우리나라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금리만큼이나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실제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소식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관세 부과 정책 등이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 향후 달러 강세는 더 심해질 거란 예상 때문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적자를 줄이고 자국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약달러 정책 추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면서도 "트럼프 1기와 유사한 환율·무역정책을 병행하면서 달러화 가치의 변동성이 확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를 보장한다고 밝혔지만, 미국 연준의 독립성 축소를 시사하는 등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혀 시장 변동성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비싼 재화 중 하나인 주택은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관련 공약이 현실화돼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위축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자연히 주택 구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고 금리의 변동성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61조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은 약 0.67%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9월 국제수지'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전체적인 수출 여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거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은 내년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경상수지 전망치는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 경기가 위축되거나 시장이 불안해지면 안전자산인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수요자들의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주택 구입에는 정책, 금리, 소득 여러 요인이 끼치며, 안전자산으로서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발생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옮겨오기도 했다"면서 "최근에는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의 효과가 약화됐다. 시장의 불안이 주택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귀환에 건설업계 기대감도 명암 갈려
건설업계에선 트럼프의 재선을 보며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 확대로 건설업계는 원자잿값 상승 압박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데 비해 향후 해외 전쟁 종식 이후 해외 수주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최근 공사비 인상 문제로 정비사업이 지체되는 사례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전국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공사비 상승 요인에 인건비와 원자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끼치지만 환율이 상승할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원자재 상승 압박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2020=100)1로 지난 2020년 말 101.84보다 27.4% 급등했다. 이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신속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언급한만큼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국 건설사는 수혜가 기대된다"고 기대했다.
다만 연구원은 "중동 강경책으로 긴장도가 높아진다면 최근 중동시장 의존도가 확대되는 한국 건설업계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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