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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F4의 각자도생, 재림하는 官의 시대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F4. 2009년에 방영한 꽃보다 예쁘다는 4명의 하이틴 남자 배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여 경제·금융 정책 전반을 토론하고 상의하는 회의체를 말한다.

회의는 최 부총리가 주재한다. 거의 빠짐없이 매주 만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4명을 '파이낸스(Finance) 4'로 부른다.

토론 주제는 금융 정책만이 아닐 텐데, 왜 '파이낸스'로 했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남자 4명의 모임이어서, 지난 드라마를 떠올리며 차용했을 수도 있다. 현 정부 들어 경제 정책의 큰 틀이 금융정책 중심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최 부총리는 옛 재정경제부 시절 증권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을 연이어 4년 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엔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관가에서도 멀어졌다. 이때도 자본시장연구원에 자리를 만들었다. 금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다고 하던가. 윤석열 정부 들어 부활한 최상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와 경제수석을 맡아 윤 정부의 경제정책이 금융을 매개로 진행하는 색채가 더 짙어졌다. 증권시장을 활성화하자는 현재의 밸류업 정책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지금도 여전히 밸류업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반대도 물리쳤다. 대통령실의 혼란을 뒤로하고 최 부총리만을 본다면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F4 토론 아이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제대로 알 수 없다. 경제·금융 정책의 큰 틀을 점검하고, F4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은다는 정도로 넘겨짚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일부에선 F4에서 도대체 뭘 하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경제부총리가 한국은행, 금융위, 금감원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 상의하면 된다. 꼭 휴일에 만나야 할 수 있는 것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주말에 식사 한 끼 같이 하면서 뭘 그리 대단한 화두를 꺼내겠느냐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F4 멤버들의 주요 발언 맥락을 되짚어 보면, 엇박자 느낌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당국자들은 보통 정책 효과를 고려해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책잡히지 않으면서도 기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수순(手順)을 꼼꼼히 챙긴다.

현재의 F4 멤버도 지위와 역할이 엄연히 존재한다.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한은 총재는 통화 조절을 위해 금리 정책으로 나라 전체의 돈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한다.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금감원장은 금융정책에 따라 금융기관을 감독·검사한다.

F4 토론이 잘 진행된다면, 대놓고 표현하진 않더라도 각자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는 눈치껏 알만하다. 그 지위와 역할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렇다.

그런데 이창용 총재는 갈수록 총리급 담론을 내놓는다. 계기는 가계부채가 제공했다. 한은 총재는 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 차원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입시 제도의 변경이라든지, 전세 보증제도의 폐지를 통한 리츠 활성화 방안 등은 조금 많이 갔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복현 원장은 조금 더 심하다. 금융 감독·검사 영역을 벗어나 국회 수준의 발언을 쏟아낸다.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무시 또는 고려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 짙다. 검사(檢事)의 수사와 감독 당국의 검사(檢査)는 속성이 비슷하다고들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털 수 있고, 주먹은 늘 법보다 무섭다'고 하는 이유다.

이런 것들이 F4가 의도한 결과물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무리 봐도 F4는 각자도생 중이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했다. 여론의 추이는 며칠 더 봐야 한다. 만약 전세(戰勢)를 뒤집지 못하면, 관(官) 중심의 사실상 위기관리 내각은 불가피해질 듯하다. 집권 반환점에서.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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