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를 확정 지은 가운데, 세계 각국 정상들은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각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미국 국민의 민주주의적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미일 동맹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6일(현지시간) CNN 방송이 보도했다. 전화 통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앞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협력적 미중 관계를 구축하자는 의지를 내비쳤다.
러시아는 트럼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중 우크라이나 갈등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장담했던 트럼프지만, 취임 후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러시아 지도부의 견해다.
반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럼프를 환영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지지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용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양국의 정치 및 경제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미국의 지원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방위비와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두고 트럼프와 갈등을 겪었던 나토(NATO)와 유럽연합(EU)도 복잡한 심경 속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강화하고 있다"며 "더 공격적인 러시아, 테러리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등 여러 도전에 맞서기 위해 나토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하면서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토 탈퇴를 언급했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의 경제적 협력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수십억 유로의 투자를 의미한다. 양쪽 시민들을 위한 대서양 파트너십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EU와 미국이 '역사적 유대'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건설적인 협력을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U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 7일(현지시간) 오전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은 향후 국제 안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은 6일(현지시간)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트럼프의 당선으로 독일과 유럽의 단합이 중요해졌다고 언급하며 "독일은 여전히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별도로 TV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정부하에서는 많은 것들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EU는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단합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한 사실을 X에 밝히며 "우리는 이 새로운 환경(트럼프의 재집권) 속에서 더 통합되고 강하며 자주적인 유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와도 "약 25분간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이 통화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트럼프가 내년 1월 말 취임한 이후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함께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발 빠르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중도좌파 성향으로 미국 민주당과 가까웠고, 강한 보수 성향의 트럼프 측과는 '불협화음'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스타머 내각의 주요 인사 12명이 과거 트럼프를 "네오나치에 동조하는 소시오패스" 등으로 강하게 비판한 전력이 있어 향후 양국 관계에 긴장감이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는 불안한 속내를 감춘 채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며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멕시코는 과거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를 범죄자에 비유했던 상황을 두고 향후 관계 설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멕시코는 독립적이며 주권적인 국가로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멕시코의 주권을 강조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각국은 향후 변화에 대한 우려 속에서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정상들은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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