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 광폭 행보에 나섰다. 기업인을 만나 고충을 청취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국내 주식투자자를 겨냥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에도 동의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중도층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이 대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SK AI(인공지능) 서밋'을 둘러봤다. 그는 최태원 SK회장과 차담을 가진 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김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 등과 함께 '글로벌 AI(인공지능) 기업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민주당은 기업인들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간담회에 배석한 한 민주당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AI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과 함께 초기 투자금 지원에서부터 상장하는 과정까지 AI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적인 도움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빠른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조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결국 정치와 정책이 중요한데, 관료 중심 사고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통 기업에 최고기술담당자(CTO)를 두는 것처럼 정부 차원에서도 그런 게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금투세 폐지 방침'도 밝혔다. 지난달 4일 당 의원총회를 통해 금투세 당론 결정 권한이 지도부에 위임된 지 한 달 만이다. 그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민생 광폭 행보에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안정적인 수권정당' 이미지를 내세워 본격적인 중도층 민심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18 전당대회에서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들고나온 이 대표는 연일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지난달 17일에는 강원도 평창의 배추밭을 찾아 농민과 배춧값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오는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정책간담회를 진행한다.
아울러 연일 악화일로를 걷는 윤석열 정부와 대비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역대 최저치인 19%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17%) △경제·민생·물가(14%) △전반적으로 잘못한다·소통미흡(각각 7%) 등이었는데, 경제 실정이 부정평가의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 대상 실시.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진행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최악의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줄고 이자·월세·물가·환율은 치솟고 있고, 자영업자가 사상 최대로 폐업하고 수출마저 뒷걸음질이며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 할 것 없이 한계상황에 몰렸다"며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가 '중도층 민심 확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민 여론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며 "여론을 좋게 하기 위해선 중도층 민심이 중요한데, 이를 겨냥한 행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현재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인 반면 이 대표는 곳곳에서 정치행보를 하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기 때문에 (정부와) 차별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서 (민생 행보에 나선 것은) 결국은 안정적인 수권 정당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라며 "먹사니즘·안정감 등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대안은 이재명밖에 없구나'라는 점을 강조하는 최고의 카드"라고 말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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