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강동구에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비수기로 불리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969건이다. 전국 전체 미분양 주택 6만6776건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1년 전 같은 기간(914건)과 비교하면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주택 가격이 급등한 2020년과 2021년 100건 이하였던 서울 미분양 주택은 기준금리 상승 등 여파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는 2022년부터 증가 추세다. 올해 3월부터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수요자들이 신축으로 몰리면서 장기간 미분양 상태로 남은 일부 단지가 완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일부 단지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가 309건으로 가장 많다. 9월30일 기준 △천호동 마에스트로(58가구)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 1·2차(62·75가구) △강동중앙하이츠시티(32가구) △다성이즈빌(15가구) △미사아름채아파트(25가구) △천호아스하임오피스텔(10가구) △길동경지아리움(32가구) 등이다. 이에 더해 성내동에 자리한 '그란츠리버파크' 일부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은 것을 감안하면 강동구 내 미분양 주택은 서울시가 집계한 통계보다 더 많을 전망이다.
이들 단지 대다수는 천호동과 성내동, 길동 인근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과 강동역, 길동역이 가깝다. 입지적으로는 괜찮다는 얘기다. 다만 작은 평수인 데 비해 고분양가가 책정돼 수요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호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주택 주변에 가끔씩 계약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오기도 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은 것으로 안다"면서 "대다수 미분양 가구가 전용 60㎡ 이하 소형이고 분양가가 인근 단지 대비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분양 주택 대다수는 분양 시작 때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곳이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천호동 마에스트로는 전용 30~55㎡ 타입인데, 분양가가 최저 6억9200만~최고 12억9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인근 단지인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이 전용 59㎡을 9억원대에 분양한 것과 대비된다.
길동 미분양 주택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4월 입주한 강동중앙하이츠시티는 전용 44타입과 49타입에 분양가가 7억1990만~8억754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 2차는 전용 27~42㎡가 분양가 3억1300만~6억4900만원에 책정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으로 남은 단지 다수가 1·2개동 규모의 소형이라 빌라와 오피스텔과 비슷한 형태로 조성됐다"며 "그에 비해 분양가가 수요자가 느끼기에 비싼 수준에 책정돼 미분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 가구가 입주했거나 앞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강동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51가구로 서울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주택(537가구)의 절반 가까운 물량이 몰려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천호역 마에스트로 등 일부 단지도 빠르게 입주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 지역 중개업소 대표 B씨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단지의 상품성이 없는 단지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미분양 해소가 더 어렵다"면서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춰서라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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