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금융 감독 당국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 동시 진행에 따른 부정거래행위 여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통보 등의 절차도 예상된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기간에 공개매수 사무취급회사인 증권회사가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으로 기업실사를 했다"면서 "해당 증권회사가 유상증자 사실을 알았을 수 있고, 그렇다면 위계 등을 활용한 부정거래 방조 내지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면서 지난 30일 의결된 2조5000억원 유상증자의 모집주선인으로 참여했다. 모집주선인 자격으로 지난 14일부터 29일까지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실사도 진행했다.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와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으로서 실사를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에서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에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모순적인 사실을 알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을 알고도 모른 체 했다면 위계(僞計)에 의한 부정거래행위 방조에 해당한다. 또는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와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으로서 두 가지 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부정거래행위 가담자로 처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과 미래에셋증권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의 동시 진행 사실을 알고서 고의로 이를 숨겼다면, 자본시장법상의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신고서 중요사항의 허위 기재나 누락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함 부원장은 "부정거래 행위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증권선물위원회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고의성 입증이 된다면 수사기관 통보가 먼저 이뤄지게 된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이뤄지고, 동시에 증선위 제재 내지 수사기관 이첩이라는 두 가지 경로로 사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고려아연 유상증자의 3% 청약 한도 제한과 관련, 함 부원장은 "청약 한도 제한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면서 "과거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례처럼 300주로 청약 제한된 건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됐는데 무조건 그런 건 아니다"고 했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되고, 해당 판결이 나오기 이전에 감독 당국 차원에서 3% 청약 한도 제한만으로 증권신고서 수리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고려아연 측에서 자진해서 증권신고서를 철회할 수는 있다.
그러면서도 함 부원장은 "공개매수, 합병, 증자 등의 행태에서 상장법인 이사회 구성원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면서 "당국으로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심사, 조사, 감리 등 행정 조치와 함께 적극적인 수사기관 이첩을 하겠다"며 "위계를 사용한 부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와 관련 증권사에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에 대해 함 부원장은 "현금흐름 할인법 등 특정한 방법을 따르도록 지정할 수는 없다"며 "합병가액 산정 방식 문제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추가 외부평가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선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 LP 운용 선물 사고와 관련해 함 부원장은 "개인적인 일탈은 당연하고, 회사의 조직적인 문제도 크다"면서 "내부통제 제어기능에 심대한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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