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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6> 오딧세이 시베리아 출정식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하리라...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미국 켄터키주에 살던 나딘스테어 할머니가 85세에 쓴 시'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에 소개되면 널리 알려졌다. 지난1970년대 소년 윤영선도 김찬삼교수의 세계일주 여행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세계여행을 꿈꾼다. 그의 꿈은 바쁜 관료생활로 하염없이 미뤄졌다. 그랬던 그가 고교 졸업 50년만에 꿈을 실천했다. 나딘스테어 할머니의 시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이르기 까지 50일간의 자동차 여정이다. 그는 여행기간동안 멈춤과 느림의 시간속에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태고적 고원의 웅장함을 느꼈다고 한다. 70 나이에 꿈을 이룬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의 횡단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오후 늦게 드디어 자동차를 세관에서 운전해서 가져왔다. 우리는 자동차 세 대 앞에서 '시베리아' 출정식을 하면서, "가자! 이스탄불"을 힘차게 외친다.

"자동차 여행은 목적지 도착이 목표가 아니고, 지나가는 과정을 멋있게 즐기는 것이다"

시베리아 대평원길과 전체 자동차여행 경로. [사진=윤영선]
시베리아 대평원길과 전체 자동차여행 경로. [사진=윤영선]

시베리아 구간은 바이칼호까지 약 3,500킬로 달려야 한다. 하바롭스크, 벨로고로스크, 스코보로디노, 울란우데 등 대초원을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 지명은 발음도 쉽지 아니하고, 전부 우리에게 생소한 도시이다. 시베리아는 관광객은 거의 안 다니고, 화물차 등 산업용 도로이다. 숙소, 도로, 휴게소 상태가 어떨지 걱정이 된다. 블라디보스토크 위도는 43도(서울 37도)인데 스코보로디노(북위 56도)까지 서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서쪽 바이칼호로 내려오는 길이다.

오늘은 짧은 거리인 우수리스크 지역까지 이동해서 숙박한다. 출발을 앞두고 당분간 좋은 식당 만나기 어렵다. 맛집을 검색, 조지아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지아 대표 음식으로 딤섬 일종인 ‘킨칼리’와 풍선빵을 시켰다. 만두에 손잡이가 있어서 내용물을 흘리지 않도록 먹는 요령을 직원이 설명한다. 작은 공 크기 둥근 '게살 풍선빵'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바람을 빼고, 칼로 잘라주는데 맛이 독특하다.

조지아는 향후 카스피해 북쪽을 지나 코카서스산맥을 넘어서 우리가 지나갈 국가이다. 조지아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고 말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음식 가격은 서울의 약 60%이다.

조지아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
조지아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선]

7월 초순 이곳 대학 졸업 시즌인데, 졸업생 가족들의 축하 세리머니가 이채롭다. 식당의 축하 음악을 크게 틀고, 식당 종업원 5, 6명이 졸업생 좌석으로 우르르 달려가서 세리머니를 시작한다. 남자 졸업생에게 털 장식 모자를 씌워주고, 여자 졸업생에게는 하얀 면사포를 씌워준 다음 직원들이 모여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처음 보는 풍경이라 약혼식인지 물어봤더니 대학교 졸업 축하식이란다.

여학생이 한국말을 조금 아는데 IT분야 전공이다.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들이 우리들 차 벽에 붙어있는 여행 지도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가끔 운전석 문을 열고 우호적인 엄지척 신호, 반갑다는 클랙슨을 눌러주며 지나간다. 우수리스크로 가는 길은 우리의 시골 농촌 풍경과 닮았다. 토양은 흑갈색으로 매우 비옥한 토지이다. 시베리아 초원의 시작은 하바롭스크부터 시작이다.

이곳은 과거 1500년 전 고구려의 변방 땅이고, 고구려의 멸망 후에는 고구려 유민들이 세운 발해의 영토이며,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들이 농사짓던 땅이다. 서기 668년 고구려의 멸망 후 약 20만 명의 고구려인들이 당나라로 포로로 끌려갔다고 한다. 포로의 후손 중에 당나라 현종 때 안서도호부 절도사를 지낸 명장 고선지 장군도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여행을 알게 된 것은 4월 초순 모 일간지 주말 섹션판의 실크로드 여행 기사가 나왔다. 이번 여행을 주도한 H 회장이 신문사 간부에게 부탁해서 실어준 홍보성 기사이다. 나와 미세스 송은 실크로드 종주를 위해 6년 전 중국 시안을 출발 돈황, 투루판, 우루무치, 천산의 천지호를 다녀온 적이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자동차 3대가 놓여있다. 차창 양옆에는 행선지의 지도가 부착돼 있다. [사진=윤영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자동차 3대가 놓여있다. 차창 양옆에는 행선지의 지도가 부착돼 있다. [사진=윤영선]

코로나19로 여정을 멈췄다가 올해 여름 신라의 구법승 혜초스님이 통과한 파미르고원 실크로드 구간을 갈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신문에 난 실크로드 기사를 듣고 자동차여행에 합류한 것이다.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는 시베리아 대평원, 기마유목민의 본거지 몽골고원과 고비사막, 1300년 전 신라 구법승 혜초스님이 다녀온 길, 위구루어로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기 힘든 땅'이라는 타클라마칸 사막, 해발 3~4000m의 천산 산맥과 파미르고원, 카스피해, 코카서스산맥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유라시아 대륙의 속살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욕구는 50년 전 고등학생 시절 '김찬삼 교수의 세계 일주 여행기' 감동 때문이다. 미세스 송을 동반자로 설득해서 함께 가는 일이 어려웠다. 먼저 아들들이 여행 도중 사고를 염려해서 적극 반대한다. 미세스 송을 설득하는데 한 달여 걸렸다. 미세스 송은 최근 '콜드(cold) 알러지'가 있어서 추운 지역에 가는 것을 매우 조심스럽다.

결혼 40주년 행사, 나의 70세 생일 기념에 동참해 준 미세스 송에 감사하다. 서울 출발 며칠 전 사랑하는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나의 70세 생일 축하와 무사고 여행의 장도를 기원하는 조촐한 가족 식사를 했다. 실크로드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기 위해 일본 NHK와 K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고선지 장군 영상, 혜초스님, 현장법사의 유튜브 영상 등을 주말에 TV를 켜고 미세스 송과 함께 열심히 봤다.

김규현 님이 쓴 '파미르고원의 역사와 문화 산책' '프랑스의 베르나로 올리비에의' '나는걷는다',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 그리고 중국사와 한국사, 중앙아시아 역사책, 실크로드 관련 역사책도 많이 공부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리즈돌노예' 역 전경. [사진=윤영선]
시베리아 횡단철도 '리즈돌노예' 역 전경. [사진=윤영선]

우수리스크 가는 중간에 시베리아 철도역 ‘리즈돌노예’역이 있다. 현재는 이용 안 하는 폐역으로 넓은 주차장에 가로수만 파랗다. 스탈린은 1937년 8월 하순 블라디보스토크 군경에 연해주 거주 고려인 약 17만 명을 3개월 이내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도록 지시했다.

정거장 건물 뒤쪽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아마도 이 주차장에서 매일 수천 명이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끌려와서, 6~7000 킬로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황무지로 이송을 위한 집결 장소이다. 공포와 두려움이 얼마가 컸을까? 망국의 고려인은 통곡했으리라.

히틀러가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낸 것과 비슷하다. 이유는 고려인들이 일본 군대의 첩자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을철 농사 수확 철인데 많은 고려인들은 갑작스러운 이주 통보로 가을걷이 농작물 수확도 못 했다. 반대하는 사람 수천 명을 우선 처형했다. 주택이나 전답 등 재산을 처분하지도 못하고 강제로 끌려갔다. 겨울철에 집도 없이 황무지에 버려진 고려인들은 움막을 짓고 무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이주 초기 어린아이 희생이 컸다고 한다.

강제 이주한 1937년. 1938년 출생한 아이들이 호적에 별로 없다고 한다. 강제 이주 대상에 1920년 일본군과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군 홍범도 장군도 포함되어, 노후에 카자흐스탄에서 경비원을 하셨다. 망국의 민족 수난사의 현장에서 간단한 묵념을 하였다. 성악과 출신인 K교수가 위로 곡을 한 곡 멋지게 불렀다. 숙연한 마음으로 텅 빈 철도역 주변을 둘러보고 오늘의 목적지 우수리스크로 출발한다. 우수리스크까지 도로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이라 매우 양호하다.

우스리스크 시내의 마르코 폴로 여관 전경. [사진=윤영선]
우스리스크 시내의 마르코 폴로 여관 전경. [사진=윤영선]

첫날 묶는 우수리스크의 여관 이름이 뜬금없이 '마르코폴로'이다. 좋은 징조라고 생각이 든다. 이번 여정에 '마르코폴로'가 700여 년 전 통과한 파미르고원을 통과할 예정이다. 베네치아의 모험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콜럼버스에게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마르코폴로가 피렌체 감옥에 포로로 갇혔을 때 동료 죄수인 문인이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동방견문록은 16세기 유럽에서 성서 다음으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학창 시절 이 책을 읽고 많은 상상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저녁 식사는 근처 중국 식당에 갔는데, 맥주 등 술은 안 판다고 한다. 대신 편의점에서 술을 사다 먹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고의 술 소비량으로 유명한 국민의 과도한 음주를 줄이기 위해서 저녁 9시 이후는 소매점에서 술판매를 금지하고, 식당의 주류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위도가 높아서 해가 늦게 떨어진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밤 11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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