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여겨져왔던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과거처럼 최 회장 쪽에 서지 않는다면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으로서는 이들 세력 결집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각각 34.01%, 38.47%다. 고려아연의 계획대로 목표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케 되면 최 회장 측과 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각각 42.79%와 45%가 된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은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 2.5%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해 의결권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될 경우 양측의 지분 싸움은 더 미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가정은 당초 거론되는 우호지분이 최윤범 회장 측에 섰을 때 성립된다. 최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은 15.56%에 불과한 반면 우호지분은 18.37%로 이들이 등을 돌릴 경우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더 힘들어진다.
업계에서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5.05%) ▲한화 H2Energy USA(4.8%) ▲LG화학(1.9%) ▲한화임팩트(1.8%) ▲트라피구라 그룹(1.5%) ▲한화(1.2%) 등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표심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려아연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도 없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상징후는 있다.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중인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은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2번 연속 불참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화와 LG화학 역시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과 MBK측의 지분 매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면서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어 섣불리 행동하는 게 쉽지 않다. 업무상 배임 등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어서 쉽게 움직일 상황이 아니다.
우호지분으로 거론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양측이 날마다 극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당국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데 어떤 기업이 쉽게 한 쪽 편에 설 수 있겠나"라며 "지분이 큰 현대차의 행동에 따라 다른 기업도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 회장 측으로서는 한편으로는 지분율을 더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 우군 이탈도 방지해야 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그 일환으로 우군으로 여겨지는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및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중순이들이 방한해 최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경영권 수성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지분 교환, 주식 장내 매수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프랑스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니켈 유통 중개업체 중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고려아연가 연대가 끈끈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기존 우호세력이 최 회장 쪽에서 이탈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만일 우호지분이 우리 쪽에 서지 않을 거라면 MBK 공개매수에 참여해 이번 싸움에서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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