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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여당, '재보선 민심' 제대로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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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10.16 재보궐선거 결과가 여야 2:2 무승부로 끝났다. 용산발 이슈와 정계 전체를 뒤덮은 '명태균 게이트'로 바람 잘 날 없던 국민의힘에서도 '선방했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들어가기 앞서 서범수 사무총장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설화에 '지면 끝'이라는 말이 나왔던 용산도 한시름 놓은 모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선거 결과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한 대표의 '하이파이브', 대통령실의 '흔들림 없는 개혁 추진 의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고무적 분위기다. 이날 여권에서는 현재 정부·여당을 향한 흉흉한 민심에 대해 자중하는 말은 찾기 어려웠다. 한 친한계 고위 관계자는 재보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묻자 "한동훈 대표 몫이 컸다"며 '무승부'라는 결과에도 한 대표의 공을 치하하기에 바빴다. 민심 분석보다는 총선에 참패했던 당대표의 오명을 씻은 데 대한 안도감이 먼저였다.

용산에서는 '정상적인 의사 수급을 위해선 2000명이 아니라 4000명이 필요하다'는 '폭탄 발언'까지 나왔다. 오전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말의 연장선인 셈이다.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사-정부 간 극한 대립에 또 한 번 불을 붙이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이번 선거를 여권의 선전으로 볼 수 있을까. 열세 지역이었던 호남 두 곳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여당이 챙길 수 있던 곳은 원래 '텃밭' 금정과 강화뿐이었다. 그나마 전남 영광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국민의힘 내부는 이 '텃밭'마저도 빼앗길까 두려워했다.

만약 재보선 판이 더 컸다면 어땠을까. 정부·여당을 향한 국민적 공분이 각종 여론조사마다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텃밭'이 아닌 수도권 등지에서 국민의힘이 선전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보수 '텃밭'인 인천 강화군수 선거 결과는 지난 총선과의 격차가 15%p나 좁혀졌다. 수도권 민심 악화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연한 무승부로 끝난 선거 결과를 보고 정부·여당은 안도를 넘어 '여유'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 넘어 산'. 지금 여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용산은 '김건희 여사 논란'에 제대로 된 답을 못 내놓고 헛발질만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뾰족한 수 없이 '흔들림 없는 개혁 추진'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취임 100일이 코앞인 한 대표 역시 각종 논란을 마주한 용산을 향해 변화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던진 '제3자 특검법안'에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흔들림 없는 개혁 추진'이라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다. 정부·여당은 이번 재보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닫힌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향후 대선과 총선 승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야만 국민이 살고 국가가 산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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