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권서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로 금융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금융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취약 차주를 위해 대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 게 화근이 됐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11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기존 가계대출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도록 예대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밝혔다. 고금리로 장기간 쌓인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하는 2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대출 금리를 내리라는 주문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를 내리면 가계대출이 늘어날 요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시장 금리가 내려가는데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금감원에서 반영하라고 해도 대출 금리를 내릴 여건은 도저히 아니다"고 말했다. 2금융권 관계자도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상황에선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복현 원장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꺼내 혼란을 다시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세부적인 사안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검사 고유의 일 처리 방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점차 시장 금리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대출 규제로 2금융 풍선효과는 가시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8월 총 5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2022년 10월 4000억원이 늘어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9월엔 다시 5000억원 감소했지만, 분기 말 채권 상각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같은 분기 말인 3월과 6월엔 각각 3조3000억원, 1조7000억원씩 줄었다. 풍선효과를 가장 우려했던 보험권은 8월 3000억원 증가에 이어 9월에도 4000억원 늘었다.
많은 금융소비자가 대출을 알선하는 2금융 대출 상담사를 활발히 찾는 분위기다. 한 2금융 대출 상담사는 "1금융권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높게 받을 수 있는 데다, 1억원 미만 사업자 대출은 부동산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내일(15일) 2금융권 실무진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연다. 채권 상각과 추석 연휴로 주춤한 9월과 달리, 10월엔 풍선 효과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새마을금고, 농협중앙회, 대형 보험사들에 강한 주문을 걸 전망이다. 주담대와 큰 연관이 없는 카드사들은 소집하지 않았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9월 채권 상각을 제외한 대출 수치와 10월 대출 추이를 확인하려 한다"며 "풍선효과가 큰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정태현 기자(jth@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