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현대차가 글로벌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작은 나라 싱가포르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현대차 글로벌 생산공장의 테스트 베드를 싱가포르에 설립하는가 하면 신에너지 분야 협력 계약을 맺는 등 싱가포르와 협력 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의 전초기지로 삼는 듯한 분위기다.
현대차는 최근 '한국-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난양이공대학(NTU)과 신에너지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난양이공대는 영국의 고등교육 평가기관 QS가 발표한 세계 공과대학 순위에서 14위(아시아 2위)에 오른 연구중심 대학교다.
양측은 수소 에너지, 차세대 발전사업 등 신에너지 분야에서 싱가포르에 적합한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 공동 연구를 실시하기로 했다. 자원순환형 수소를 통한 발전, 수소전기차를 통한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주롱혁신단지에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하기도 했다. HMGICS는 앞으로 세계 현대차그룹 자동차 생산 공장에 적용될 시설을 한발 앞서 볼 수 있는 '실험실'에 가깝다.
전동화, 자율주행,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화된 모빌리티 유형을 반영할 새로운 생산 방식의 '테스트베드(시험시설)'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대차는 싱가포르에서 판매량이 2배 늘어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등록대수(1557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756대)과 비교해 106% 증가했다. 현대차는 신차등록대수가 지난해 상반기(333대)보다 182.6% 늘어난 941대로 집계됐다.
싱가포르는 신차 판매 험지로 유명하다. 차량취득권리증(COE)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COE는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만 사고 팔 수 있는데, 1600cc 이상 자동차는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1300만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이 밖에도 등록세, 도로 이용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차를 살 수 있다.
이렇게 판매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나오지 않는 작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싱가포르에 힘쓰는 것은 문화지리적 특성, 싱가포르 정부 정책과의 관계가 깊다.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 명에 국가의 끝과 끝이 차량으로 30분이면 다다르는 작은 나라이기에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차를 밀고 있고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다. 실제 지난 2019년 싱가포르는 서부지역의 모든 공공도로를 자율주행 시험구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처럼 혁신을 선도하는 싱가포르를 공략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의도다. 미래에 현대차는 단순 제조업이 아닌 AI 자율제조로 전환하고 완성차 제조를 넘어 AAM 등 차세대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통해 게임 체인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간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싱가포르 HMGICS는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실증을 위한 '테스트 베드'"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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