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수장, 기대 못미친 실적에 고개 숙여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8일 3분기 실적발표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걱정을 끼쳤다"며 고객·투자자·임직원에게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 늘었지만, 직전 분기(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66% 늘고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은 특히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예상치 평균(컨센서스)인 매출 80조9003억원,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을 밑돌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데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선 특히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자 받았던 지적들이다.

전 부회장은 "단기적 해결책 보다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고 다짐했다.

전 부회장은 또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과거 생산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기술 담당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끝장토론'하는 문화를 갖고 있었는데 이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전 부회장은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6조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에서 1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파운드리 사업 적자 수준이 3분기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 폭이 더 커졌고, 모바일 사업(MX)도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약세인 만큼 경쟁사보다 실적 임팩트가 적은 상황인데 범용 메모리 수요도 살아나지 않고 있어 수익도 줄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