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연휴 직전 본회의에서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통과를 시도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린 가운데, 국민의힘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당장 내달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서울시 교육감 등을 새로 뽑는 10.14재보궐선거도 예정된 만큼, 민주당 입법공세를 '정쟁'으로 규정하고 민생 정책 위주로 최대한 밥상 민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과 현재 가장 민감한 민생 이슈인 의료대란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은 변수가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2일 추석 전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통과가 '여야 민생협의체가 우선'이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결심으로 무산되면서, 여당은 추석 민심 공략에 있어 일단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민주당이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두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대응보다는 의료 개혁과 물가 안정 등 민생 행보에 총력을 다했다. 당은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당정협의회(추석 성수품 수급 점검, 금융 취약계층 보호 대책 마련, 지역 필수 의료체계 개선 방안 마련)를 열어 민생 안정 대책을 쏟아냈다.
11일에는 한동훈 대표가 양산 부산대 병원을, 추경호 원내대표가 서울 중앙대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12일에도 한 대표가 안성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 추 원내대표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2차 병원을 찾는 등 현장 점검에도 집중했다.
16일 복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에 앞서 특검법이 본회의에 오를 경우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요청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고 한다. 한 원내 관계자는 "추석 연휴인 데다가, 항상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응할 경우 국민들이 느낄 피로감도 고려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단 야당의 특검 공세가 추석 뒤로 밀린 만큼, 여당 입장에선 추석 기간 의료대란·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더해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연금 개혁과 같은 다른 민생 개혁 이슈를 고리로도 민심을 공략할 여지가 생겼다는 말도 나온다.
금투세의 경우 폐지 여론이 상당하고 당내 계파 간 이견도 없는 만큼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갈 수 있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24일 당내 토론회를 통해 금투세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도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밝히고 진보적 성향이 강한 핵심 지지층도 금투세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탓에 토론회에서 격론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여당 지도부에서도 민주당을 압박하는 발언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어졌다. 지난 9일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자꾸 1% 부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왜 99%가 강력하게 민주당을 성토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민주당의 토론회 개최 예고에 대해서도 "(입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하는 게 토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끼리 하는 게 토론"이라며 여야 토론을 재차 제안했다.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지난 12일 현장 최고위 회의에서 금투세 문제를 집어 "민주당이 연일 지역화폐법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는데,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이재명 먹사니즘의 실체는 무엇이냐"며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 토론회에 민주당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당은 지난 12일 추 원내대표와 김 의장이 자리한 당 연금특위 주최 정책간담회를 열고 "연금개혁 소득대체율과 관련해 기존 40%에서 42%로 인상하기로 한 정부안과 민주당이 제시한 45%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자"고 제안하는 등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국민의힘이 민생 의제를 토대로 계획대로 추석 밥상 민심을 다잡을 수 있을진 미지수라는 말도 나온다. 당장 한 대표가 추석 전 출범에 사활을 걸었던 여야의정협의체는 정부가 지난 12일 '2025년 증원 논의 백지화'를 두고 명확히 선을 긋고, 이튿날 대한의사협회 등이 공개 반발하며 결국 무산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용산과 차별화 시도를 주저하고 있는 것 역시 민심을 이끄는 데 걸림돌이 될 걸로 보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시점을 추석 이전으로 못 박아, 본인이 의료대란 문제를 추석 밥상 제일 화두로 올렸다"며 "대통령실과 정부가 사실상 한 대표에게 협상 권한을 주지 않으면서 이도 저도 못하게 된 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가 오히려 한 대표 입장에선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되는 분기점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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