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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심우정, 마지막 검찰총장 될까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6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6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46대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이 정부 말기인 2026년 9월까지가 임기다.

요즘 법원과 검찰 역시 이 정부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공직자 인사가 특히 그렇다. 다만, 두가지는 잘했다고 한다. 첫째는 조희대 대법원장 임명이고, 두번째가 심우정 검찰총장 임명이다. 누가 봐도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다.

심 총장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형사사법 시스템이 변화된 이후 형사 절차 지연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피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 이후 국민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바로 그 부분이다. 19일 취임사에서도 가장 먼저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심했다"는 그가 제대로 된 답을 찾은 듯하다. 심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그의 말대로 국민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검찰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안타깝게도 심 총장 앞날은 역대 어느 검찰총장보다 험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가 거의 마무리한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검수완박 시즌2'가 이미 진행 중이다. 시즌1이야 날림인 데다가 곧바로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을 상당 부분 복원했다지만, 시즌2는 '검찰 폐지'다. 내년 창립 76주년을 맞는 검찰이 말 그대로 존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8월 28일 '검찰개혁 4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 폐지, 일선 수사청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검사들을 행정공무원으로 바꾸는 한편,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수사권을 준다는 것이 얼개다. 말이 개혁이지 검찰 폐지다.

더불어민주당도 '검찰 폐지 법안'을 추진 중이다. 중수청을 어느 기구 아래 둘 지, 중수청장을 어떻게 뽑을지 정도가 다를 뿐 조국혁신당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다만 신중을 기해왔다.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방송4법' 등 대정부 압박용 꽃놀이패에 파묻힐 정도이기도 하지만, 검찰을 없앤 이후 손익계산이 잘 안 나오는 눈치다.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이재명 대통령', '정권탈환'은 꿈이 아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전 사위 취업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정조준하면서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4년 전 시작했으나 질질 끌다가 올 1월에서야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를 압수수색 했고,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지난달 폭로됐다. '명품백 사건'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이 한창이던 때다. 이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혁신당 당수인 조국 전 민정수석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이 사건은 국면 전환을 위한 '전 대통령 표적수사'라는 민주당 비판과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오버랩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도착, 포토라인에 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도착, 포토라인에 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문계 의원들이 일제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시감이 든다"며 검찰을 비판하고 나서는가 하면,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는 자신의 SNS에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노무현 기억장치'를 돌렸다. 수사 프로세스상 '평산사저 압수수색-김정숙 여사 출석조사-문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은 예정된 수순. 국민들은 2009년 4월 30일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조짐은 벌써 시작됐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초등학생 손자 아이패드를 털었네', '어디어디서 뭉칫돈을 찾았네' 하는 수사 정보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수사팀이 아니면 알지 못할 내용들이다.

검찰이 악마화 돼 존폐까지 몰리게 된 시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였다. 당시 검찰이 유력 언론사 몇 곳을 정해놓고 수사 상황을 연신 흘렸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논두렁 시계' 괴담이 바로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고 정권이 세 번 바뀌었건만 아직도 변한 게 없다면 검찰은 자정능력이 없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자인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은 비상한 관심을 끈다.

여당은 "'사법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문재인-이재명 방탄연대'"라고 폄하하지만 이번 수사로 균열됐던 범민주계가 '친명-친문 연대'로 결집할 공산이 크고, 그 '공공의 적'은 검찰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조국혁신당 공동발의로 '검찰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이야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검수완박 시즌1' 때와 같은 국민적 지지를 검찰이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 폐지'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가 끝까지 '강압식 수사', '망신 주기 수사','‘저인망식 수사'로 간다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꾸준히 군불을 때고 있는 '탄핵'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안팎에서 문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날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분기점'이 될 거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심 총장은, '피의사실 공표'라는 범죄 트랩 안을 교묘하게 오가며 선별적으로 언론플레이하는 검찰의 구태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지금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바로 서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심 총장 본인이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수도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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