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한미그룹 오너 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이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박 대표를 해임하고 임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결시켰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30년 이상 일한 전문경영인으로, 대주주 3자 연합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이번 이사회는 임 이사의 제안으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이사회 구성원 10명이 모두 참석했으며,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일부 이사는 전화기를 통한 비대면으로 방식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그룹 인트라넷에 한미약품의 경영관리본부 내 인사팀과 법무팀 등 조직 신설을 알리며 관련 임원을 승진·위촉하는 인사를 낸 바 있다. 이후 임 이사 측은 박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정관 위반행위로 판단해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또한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회 결의 없이 독자적으로 본인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에 임명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30년간 북경한미는 한미약품에서 임명서를 보내면 임명되는 식의 관행이 지속됐다"며 "임 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관행을 없애고자 한다면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부결된 선임안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7명이 대주주 3자 연합 측 인사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이사회 구성원은 오너 일가 임종윤·종훈 형제와 신 회장, 박 대표, 박명희 사내이사, 윤도흠·김태윤·황선혜·윤영각·남병호 사외이사다.
임종윤 이사는 선임 안건을 다투기 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이사 측 관계자는 "감사 대상인 박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를 편파적으로 진행하는 등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임 이사 등이 퇴장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박 대표가 한미약품 내 인사팀 등을 신설하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를 지방 지사의 제조 본부로 발령내면서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명령을 냈다. 그룹 내 인사는 원래 지주사가 담당하는 것인데, 박 대표가 상의 없이 조직을 신설했다는 취지다.
한미약품은 이번 이사회 결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사회 감사위원장인 김태윤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미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연구개발 중심 제약회사를 지향하는 한미약품이 안정적 경영을 이루고 거버넌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오늘 이사회 결의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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