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9년 전인 2015년 9월 1일.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서울시 양천구 월촌중학교 한 교실에서 굉음이 터져나왔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이모 군이 버너용 소형 부탄가스에 불을 붙여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폭발이 일어난 학급은 체육수업을 진행 중이었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교실 창문과 벽, 출입문 등이 부서져 1000만원 정도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군은 자신이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은 물론 폭발 이후 학생들이 몰려오는 장면 등까지 모두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그러면서 "재미있다. 부탄가스 몇 통 더 가져올 걸 그랬다" 등의 말을 담기도 했다.
그는 도주 중 PC방 컴퓨터를 통해 유튜브에 자신이 촬영한 범행 전후 장면을 직접 올렸으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락을 취한 일부 언론사에는 "경찰이 나를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 "조승희처럼 테러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지하철 4개 호선을 갈아타며 경찰을 따돌렸던 이 군은 결국 같은 날 오후 10시 23분쯤 송파구 한 공원에서 긴급체포됐다. 검거 당시 이 군은 500㎖ 페트병에 담긴 휘발유, 라이터, 대형 폭죽, 길이 20㎝ 이상의 과도 등을 소지 중이었다.
조사 결과, 그는 2014년 2월 월촌중학교에서 서울시 서초구 A중학교로 전학을 갔으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2015년 초에는 교사들과의 상담에서 "친구들을 칼로 찌르고 싶다" "불을 질러버리고 싶다" 등 폭력적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교 측으로부터 등교 정지 처분을 당한 이 군은 같은 해 6월 26일, A중학교 화장실에 들어가 자체 제작한 '화염방사기'로 방화를 저지르려다 해당 학교 교사들에게 제지당했다.
학교 측은 이 군의 상태를 부모에게 알리며 치료를 권했고, 진단 결과 이 군은 이중인격을 뜻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것으로 드러나 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치료 이후 이 군은 한 대안학교 입학이 결정됐고, 해당 학교에 처음 등교하기로 한 날 월촌중에 테러를 저질렀다. 그는 최초 A중학교를 범행 장소로 삼았지만 경비가 삼엄해 테러 장소를 변경했다.
하지만 "검거되지 않았으면 당일 밤이나 이튿날 오전에 A중학교에 불을 질렀을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하는 등 A중학교에도 테러를 저지를 생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당시 소지하고 있던 대다수 물품 역시 추가 범행을 위해 구매한 것이었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2부는 그해 9월 25일 이 군을 현존건조물방화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고 결심 공판에서 그에게 장기 4년, 단기 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검찰의 구형을 기각하고 이 군에게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학교 안 따돌림과 성적하락으로 생긴 우울증이 범행의 원인이었다. 또 아직 성숙하지 못한 소년을 격리하기보다는 치료와 재활로 사회복귀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지난 석달간 치료 경과와 피고인 태도, 향후 치료 계획과 재발 가능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또다시 자제력을 잃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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