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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에 고독성 농약을…테러로 할머니 2명 죽인 '최고령 무기수' [그해의 날들]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8년 전인 2016년 8월 29일. 대법원에 의해 국내 최고령 무기징역수가 확정됐다. 대상은 당시 83세였던 여성 박모 할머니. 그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1심, 2심까지 지속해 범행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사건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된 지난 2015년 12월 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82)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사건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된 지난 2015년 12월 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82)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5년 7월 14일 오후 2시 40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북도 상주시 공성면의 한 마을회관에 박 할머니를 포함한 60~80대 할머니 7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쏟아지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사이다 페트병 하나를 발견했다. 당시 페트병 뚜껑은 사이다 뚜껑이 아닌 자양강장제 음료 뚜껑으로 닫혀 있었지만 할머니들은 개의치 않고 사이다를 나눠 마셨다. 단 박 할머니는 "마시지 않겠다"고 하며 음료에 입을 대지 않았다.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항소심 재판부(대구고법 제1형사부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2016년 3워 18일 오후 사건 현장인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항소심 재판부(대구고법 제1형사부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2016년 3워 18일 오후 사건 현장인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항소심 재판부(대구고법 제1형사부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2016년 3워 18일 오후 사건 현장인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사건 당시 농약 사이다 병을 넣어 둔 마을회관 냉장고. [사진=뉴시스]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항소심 재판부(대구고법 제1형사부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2016년 3워 18일 오후 사건 현장인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사건 당시 농약 사이다 병을 넣어 둔 마을회관 냉장고. [사진=뉴시스]

이후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들을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박 할머니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할머니들을 보고도 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 중 한 할머니가 회관 밖으로 나와 쓰러졌고 이를 본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 도착 이후에도 박 할머니의 수상쩍은 행동은 계속됐다. 그는 마을 회관 밖으로 나와 쓰러진 A씨를 따라 밖으로 나왔고 구급대가 응급조치 후 이송을 하기까지 또 다른 피해자들이 회관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일절 말하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도착한 마을 이장이 회관 안에서 추가 피해자들을 발견한 뒤에야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마을은 발칵 뒤집혔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 병에서 2012년 판매가 금지된 고독성 살충제 '메소밀'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 중 2명은 3~4일 만에 숨을 거뒀다.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집단 음독사건 용의자인 A(83·여)씨가 지난 2015년 7월 20일 오후 상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헤 경찰의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집단 음독사건 용의자인 A(83·여)씨가 지난 2015년 7월 20일 오후 상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헤 경찰의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선은 자연스레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경찰은 박 할머니의 집을 압수수색 했고 그의 집에서 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을 발견했다. 또 해당 병에서 '메소밀' 성분도 검출됐다. 아울러 박 할머니 집에서 발견된 9병의 자양강장제와 문제의 사이다 페트병을 막고 있던 자양강장제의 제조 기간이 같은 점도 확인했다.

또 사건 당시 박 할머니가 입고 있던 옷을 포함해 박 할머니 집에 있던 전동 스쿠터 등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메소밀 성분이 든 살충제 병도 발견됐다.

검찰은 같은 해 8월 13일, 박 할머니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박 할머니의 범행 동기, 살충제 구입 시기, 살충제 투입 경로 및 시기, 박 할머니 집에서 발견된 음료 병에서 박 할머니 지문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밝히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고 장장 5일에 걸친 재판 끝에 배심원 7인은 전원 유죄평결을 내렸다. 검찰 역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오랜 시간 마을에서 지내던 피해자들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죄가 매우 무겁다. 그럼에도 피고인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 주장을 임기응변식으로 수시로 변경해하며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1심 법원은 "오랜 시간 마을에서 지내던 피해자들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죄가 매우 무겁다. 그럼에도 피고인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 주장을 임기응변식으로 수시로 변경해하며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이에 1심 법원은 "오랜 시간 마을에서 지내던 피해자들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죄가 매우 무겁다. 그럼에도 피고인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 주장을 임기응변식으로 수시로 변경해가며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 할머니 측은 즉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증거 하나하나로는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다 모아놓고 봤을 때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정황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범행이 입증됐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 옷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점 △피고인이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점 △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보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 피고인이 마을 이장에게 피해자들이 쓰러진 이유를 명확하게 지목한 점 등 9가지 이유를 들며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83)씨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6년 3월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83)씨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6년 3월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할머니는 현재까지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로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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