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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뷰] '만찬 회동' 연기 이면…윤-한 '민생 충돌'


'제3자 추천 특검법'·'김경수 복권 반대' 등 줄곧 대립각
한동훈, '의료개혁' 유보 공식화…尹, '인내심 한계' 온 듯
대통령실, 한 대표 제안에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 일축
"합심 할 때 기싸움…한 대표, 정치적 계산 행보"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진행된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사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8.27.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진행된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사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8.27.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잠정 연기되면서, 당정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하고 있다. '제3자 추천 특검법', '김경수 복권 반대'에 이어 '의대 증원 유보' 등 한 대표의 차별화 행보가 거듭되면서 "대화합"을 강조하던 당정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형국이다.

◇'아슬아슬'했던 윤-한 관계

대통령실은 28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당초 30일에서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민생대책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민생이 우선"이지만, 불과 이틀 전만 해도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에 대해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상의하고 당정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대했던 만큼, 일정 연기는 전격적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튿날 신임 지도부, 당 대표 출마자들까지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로 초청했지만, 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줄곧 유지돼 왔다. 특히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관계없이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공약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심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복권 대상에 포함된 뒤에도 또 한차례 당정갈등 조짐이 일었다.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친한계'를 중심으로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건드렸다는 불쾌감이 대통령실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동훈 "의대 증원 유보" 주장 결정타

아슬아슬하던 분위기 속에 한 대표가 "의대 정원 증원 유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대로는 대화 불가'라는 결론에 도달한 걸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2026년 증원을 유예하면 이 문제가 좀 더 쉽게 풀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한덕수 국무총리에서 직접 이같은 안을 제안했으나, 대통령실과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의지는 확고하다. 윤 대통령은 전날(27일) 국무회의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정부"라면서 이를 위한 교육과 의료 체계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방 의료체계가 안 잡히면 지역 균형발전이 어려워진다"며 "교육과 의료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한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에) 2025년에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에는 2025년에 현원 3000명의 수업 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하여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제안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인 윤 대통령과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가 조만간 열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의료공백 사태를 의제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대통령실로서는 못마땅한 입장이다. 여기에 이 대표까지 한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 제안을 거들고 나섰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적잖이 껄끄러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의료·연금·교육·노동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대응 등 이른바 '4+1 개혁'의 추진 성과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29일)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한 대표의 주장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본격 '자기정치' 행보?

한 대표의 '의대 정원 증원 유보' 제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강경하다. 한마디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지난 4월 말 각 대학별로 배정돼 공표가 됐다. 현재 고2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함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유예를 해야 하느냐"며 "단순히 반발이 심하니 유예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것은 대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2000명 증원' 결론이 의료계와의 수차례 논의를 거친 결과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국책연구소 등을 통한 의사인력수급추계 검토, 인구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 등 과학적 추계는 물론 전국 의과대 대상 조사,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 교육의 질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거쳐 나온 결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를 향한 논의의 문은 늘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반박하려면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가져와야만 논의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주장이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속도를 내면서 본격적인 '자기 정치'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무슨 속내인가"하는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국민 건강이 최우선인데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당정이 합심해서 대책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치적 해석, 유불리를 누가 더 잘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인사는 "한 대표는 여론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고, 용산은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둘이 부딪히다간 결국 한쪽이 굉장히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만찬 취소에 대해 "얘기를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정 갈등 우려에 대해선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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