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尹 탄핵 청문회'…최 목사 '성분' 두고 옥신각신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 청원' 2차 청문회가 개최됐지만, 김건희 여사와 모친인 최은순 씨 등 핵심 증인이 불참하면서 '반쪽 청문회'로 전락했다. 결국 여야는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것을 몰래 촬영하고 폭로한 최재영 목사의 신뢰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가방 수수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대상이 된 만큼, 사건 관련 핵심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김 여사 모녀를 비롯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원석 검찰총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등 핵심 증인은 모두 불출석했다.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정 실장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여야는 김 여사 등 증인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오전 청문회서부터 격돌했다.

야당 간사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석을 보시다시피 김 여사와 최 씨,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불출석하고 있다"며 "진실을 덮는다고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이 증인 불출석에 대해 여러 비난의 말을 했는데, (대통령 탄핵 청원은) 법사위가 의결할 수 없음에도 중요 안건 심사라고 무리하게 끌고 온 것인 만큼, 불법적 탄핵 발의 요청 청원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증인들이 정당하게 부당성을 항의하면서 불출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야당은 오전 청문회가 끝난 직후, 김 여사와 최 씨 등 인사를 출석시키기 위해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김 의원은 경찰을 비롯한 경호 인력에 관저 접근이 차단되자 "경찰 병력들이 오후에 증인 김 여사를 출석하라고 온 우리 법사위원들과 언론인을 막고 접근도 못 하게 하고 있다"며 "김 여사가 국민 앞에 나와 명품 가방과 500만원이 넘는 선물을 왜 받았는지 밝혀야 하는데, 관저에 틀어 막혀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오후 청문회에선 청문회 적법성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유 의원은 법사위원장이 대통령 탄핵 청원이 중요 안건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이번 청문회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취지로 재차 지적했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중요한 안건과 중요하지 않은 안건의 기준점이 처리 가능한 안건과 처리 불가능한 안건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저는 140만명이 넘는 국민이 윤 대통령을 탄핵해 달라는 발의 요청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안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 의혹을 다루는 이번 청문회가 대통령 탄핵 청원과 연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 의원은 "오늘 논의되고 있는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이 대통령과 관련되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얼마큼 수사 했는지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점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23억원 이익을 얻었을 당시 대통령은 이를 부정했다"며 "결국 선거법 위반을 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됐고 직에서 물러나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를 할 수 있는 위법 사항이 있다"고 받아쳤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신고 의무 및 반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증인이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 탄핵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여야 신경전만 고조되자, 불똥은 최 목사에게 튀었다. 여당은 최 목사가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친북 성향 인사라는 점을 들어 신뢰성을 문제 삼았고, 야당은 이를 들어 김 여사가 친북 성향 인사와 공모한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을 두고 여당에서 '몰카 공작'이라고 지적하자 "저는 언더커버(undercover·첩보활동) 취재 차원에서 김 여사를 접견한 것"이라며 "제가 보는 앞에서 금융위원을 임명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후 접견하면 증거를 채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다음 접견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어머니가 억울하게 감옥에 가서 목숨을 끊을까 고민할 당시 대화 상대를 해주신 분'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언급, "김 여사는 증인을 진심으로 대했는데, 속일 때 미안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최 목사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고 저도 진심으로 대해줬다"며 "사적 감정을 저는 '의'(義)로 승화시키느라 굉장히 고통스럽고 고민이 많았는데, 저라고 영부인하고 친하게 지내면 좋은 줄 왜 모르겠나"라고 했다.

여당은 최 목사의 친북 성향도 문제 삼았다. 유 의원은 "'주체사상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자주와 주권 의식을 지니고 민중 속에 면면히 이어졌다'라고 주장했던데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최 목사는 "동의한다"고 했다. 정치범 수용소 실체 여부에 대해선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선 부정도 아니고 긍정도 아닌, 저는 사실 관계만 확인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최 목사는 "인공위성 구글이 나온 이후로는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가 쏙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여당이) 마치 되게 위험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최 목사는 이런 부분에 대해 김 여사와 만날 때 모두 얘기했나"라고 물었고, 최 목사는 "그렇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당 주장대로라면 친북 인사에게 경호가 완전히 뚫린 것 아닌가"라면서 "오물풍선 때문에 대통령실이 완전히 뚫려서 국민 불만이 커지는데 지금 여당은 굉장히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최 목사는 "제가 좌파, 종북, 노동당 외곽 조직원이라는 심한 말까지 듣고 있는데, 그렇다면 김 여사는 '좌파·종북·노동당 외곽조직원'과 그동안 소통한 것이고 선물까지 받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 목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라면 김 여사는 공범이 될 수 있겠다"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