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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시장과 따로 노는 대출금리 책임은 정부다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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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물에 빠진 놈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한국은행 분들이 이런 푸념을 달고 다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흐르면서 가계대출은 치솟았다. 2020년과 2021년 가계대출 증감액은 각각 112조3000억원, 107조5000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기준금리를 7차례에 걸쳐 2.0%포인트(p)를 끌어올렸다. 고금리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은 2023년 3월 들어 처음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등락은 했지만, 올해 2월 감소로 전환하며 하향 추세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총선을 기점으로 정부에선 '고금리로 국민의 이자 부담이 늘었다'며 금리 인하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마저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의 입김이 세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는 커져만 갔다. 6월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 후반까지 하락했다. 정부의 밸류업 유인책과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행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은 연기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주택 공급 대책이 요원해지자,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간 셈이 됐다.

감독 당국은 부랴부랴 이달 3일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대출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금리가 너무 낮아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반응한 것이기도 하다. 은행들은 이때부터 시장 흐름과는 무관하게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이달 들어 17일까지 0.128%포인트(연 3.451→3.323%) 낮아졌는데, 지난 18일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혼합·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359%로 지난달 말(연 4.353%)보다 오히려 0.006%p 올랐다.

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무작정 은행을 지목하고 때릴 일은 아니다. 은행을 죄면 대출 수요가 보험사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높다. 그때는 두더지 잡기처럼 2금융권에도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할 텐가.

정책금융과 대출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당국은 좀 더 정교하고 시장 친화적인 개입 플랜을 짜야 한다. 갈지자 행태를 보이는 정부의 모순적인 관치금융 악순환을 끊을 때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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