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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여당 '잔치집', 후보들 마이크만 잡으면 '싸움터'


국민의힘 전대, 마지막 합동연설회
지지자들 의상까지 준비해 응원 나서
지도부 '원팀' 강조에 박수·호응 '훈훈'
후보들 연설 시작과 함께 분위기 돌변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17일 오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한 후보 이름을 외치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17일 오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한 후보 이름을 외치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17일 오후 경기 고양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지역 합동연설회는, 비가 내렸지만 고조되는 행사장 분위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보자들과 참석한 당원들은 지난 15일 연설회 중 벌어진 지지자 간 무력 충돌을 의식한 듯 과격한 행동은 자제하면서도, 마지막 표심 결집을 위해 각자 사력을 다했다.

'당원들의 잔치'라는 말처럼,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께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은 장외에서 저마다 준비한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은 지난 연설회와 마찬가지로 연설회장 입구 양쪽에 도열해 '팀 한동훈'을 반길 채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가 바라는 변화 그 시작!', '대한민국의 자랑 한동훈', '한동훈 박정훈 훈훈하게 승리'라는 현수막을 들고 연신 한 후보와 러닝메이트 최고위원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각 후보 지지자들 중 가장 많은 인파를 자랑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선거전을 완전히 장악했다.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은 일렬로 줄지어 이동하며 유세를 펼쳤다. '당대표 나경원'이라는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들은 '5선 중진'인 나 의원의 경륜을 내세우는 듯 '보수 재집권 나경원', '이길줄 아는 나경원'과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 나 후보 지지자는 관계자들의 인파 통제가 답답한 듯 "당원들이 간다는 데 어딜 막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랑이 복장을 한 원희룡 후보 지지자가 17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고양 소노 아레나 앞에서 원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
호랑이 복장을 한 원희룡 후보 지지자가 17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고양 소노 아레나 앞에서 원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은 '사물놀이'를 이용한 색다른 유세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우리는 모두 동지다'라는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빗방울에도 열성을 다해 장구와 북을 치며 '원희룡이 대세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15일 천안 연설회 도중 고성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 복장의 지지자가 이날도 나타나 '당대표는 원희룡'이라는 피켓을 들고 맨발로 유세전을 펼치기도 했다.

장외에 천막을 설치한 윤상현 후보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들 역시 '국민과 당원과 나란히 앞으로'와 같은 플래카드를 붙이고 윤 후보가 당대표 '적임자'임을 지속해서 내세웠다.

열기는 연설회 시작이 다가오면서 더욱 고조됐다. 정견 발표 시작 30분 전인 1시 30분부터 이미 연설회장 관중석을 빽빽하게 채운 당원·지지자들은 저마다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쳤다. 특히 원 후보와 한 후보 지지자들은 서로 누구 이름이 더 큰 지 경쟁하듯 소리치기도 했다. 시작 시간인 2시가 돼 당대표 후보들이 연설회장으로 입장하자, 이들의 목소리 크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 후보와 원 후보는 자리로 가던 중 이들 앞에 서서 손을 흔들고, 주먹을 내보이며 감사 인사를 표하기도 했다.

연설회는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환영사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원팀'을 강조하고, 지지자들도 이들의 함성과 박수 요청에 호응하며 '화합'의 분위기로 진행되는 듯 했으나 후보들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서로를 향한 공세로 채워졌다.

추격자 위치인 나 후보와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자신들이 '당대표에 적합한 인물'임을 강조했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CBS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자신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헌정질서를 바로잡으라는 제 말을 '공소 취소 부탁'이라고 얘기한다"며 "이에 야당이 신이 나서 수사감이니, 공소 취소 청탁이니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빠루를 들면서까지 우리 당을 '웰빙정당'에서 '투쟁하는 정당'으로 바꿨다"며 "그 여세를 몰아서 원내대표를 하면서 광화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까지 끌어내린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당원동지와 제 정치 여정, 국민의힘의 전통과 가치가 저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도 "(한 후보의 폭로는) 아무리 자기가 옳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동지를 정치 수사 대상으로 던져버린 결과"라며 "한 후보의 '입 리스크'가 우리 당의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제시한 '채상병 제삼자 특검'에 대해서도 "특검은 곧 파멸"이라며 "이는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으로 몰고가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고 했다. 이어 "특검을 받고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한 후보) 말은 책임지지 못하는 말이다. 속아서는 안 된다"며 당과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이같은 공세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당대표가 되면 뭘 할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캠프에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정책 제안을 받아보니, 1~20대는 청년정치학교 개설, 3~50대는 부동산·고금리·물가 관련한 제언, 어르신들은 정치개혁과 유공자 예우 등을 많이 말했다"며 "이 귀한 말씀을 그대로 가져가 경청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또 "우리 국민의힘 보수정치에는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실력의 DNA, 자유민주주의를 이뤄낸 의지의 DNA, 대선에서 똘똘 뭉쳐 정권교체를 이뤄낸 단결의 DNA가 있다"며 "제가 이를 다시 일깨워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에서 모두 승리하겠다"고도 힘줘 말했다.

윤 후보는 "보수의 심장이 영남이라면, 팔과 다리는 수도권"이라며 "어려워질수록 승리하는 '강인한 DNA'를 가진 윤상현이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보수'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추산 당원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수도권-강원 지역 합동연설회는 전대 전 진행된 마지막 합동연설회다. 당대표 후보자들은 오는 18일과 19일 두 차례 TV 토론회를 가지며, 19일에는 선거인단 투표도 진행된다. 전당대회는 23일 개최된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와 당대표 후보들, 최고위원 후보들,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들이 17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와 당대표 후보들, 최고위원 후보들,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들이 17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경기 고양=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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