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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방송법' 갈등…국회의장 중재 관철될까


'채상병 특검'이어 '도돌이표 갈등' 재연
野 "법안 강행·새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
與, '필리버스터 카드' 꺼내며 정국 경색
여야, 일단 '냉각기'…수용 가능성은 불투명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곽영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우원식 국회의원장이 전격 제안한 '방송4법 범국민협의체' 대안으로 여야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여야간 갈등이 일단 냉각기로 들어설 전망이다.

여야 간 갈등은 '채상병 특검법'이 마무리되자마자,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으로 옮겨붙었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의결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속전속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급기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여러 의혹이 불거진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 이례적으로 청문회를 이틀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야당 주도로 채택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당시 전체회의에서 "(청문회를) 이틀 동안 한 전례가 없다"며 "필요한 차원에서 업무능력에 대한 검증절차를 하면 되는데 무한정 진흙던지기를 해서 쓰러질 때까지 청문회를 한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충권 의원도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하려는 것은 언론노조에 잘 보이기 위한 정치공세일뿐"이라며 "이 후보자 마녀사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아직 인사청문회도 마무리되지 않은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 소추 논의가 야권에서 이뤄지자, 여당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을 시도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관·김홍일 당시 방통위원장은 야당 주도로 탄핵 소추가 추진되자 끝내 중도 사퇴했다.

나아가 야당은 방송 4법을 처리하기 위해 오는 18·25일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우 의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안건 상정과 본회의 개의에 반대했다. 그러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호하게 다수결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여당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는 등 여야 갈등은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곽영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곽영래 기자]

이에 우 의장은 17일 "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라고 국민이 묻고 있다"며 여야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앞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사일정 문제를 두고 여야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자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리에서 한발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로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더욱이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 해소 창구로 '범국민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향해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야당에겐 방송4법 강행과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 중단을, 여당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을 촉구했다.

우 의장이 주장한 '범국민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현재 핵심 쟁점인 방송법을 둘러싼 갈등은 냉각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와 시민사회, 언론계 등 여러 인사가 모여 논의할 기간을 최대 두 달로 정하면서다. 공은 넘겨받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검토해 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의 제안 직후,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과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우 의장이 답변 시일을 최소 일주일을 제시한 만큼, 우선 당내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원내대표가 여러 의견을 경청하면서 (우 의장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우 의장 제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중단'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며 "정부에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안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기다릴 수 있고, 범국민협의체도 만들어 두 달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의원총회에서 우 의장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수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이건 밥이 아니다, 반찬이 맛이 없다'라고 반찬 투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식사 중인 것인가"라면서 "국민의힘이 탄핵청원 청문회가 무효라며 탄핵청문회의에 들어와서 하는 말과 비슷해서 하는 말이다"라고 했다. 이는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입법 추진임에도 우 의장이 중재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준호 의원도 "일분일초가 급한데 무슨 중단이고 원점인가"라면서 "여당과 야당에 이것저것 하지 말라며 말씀만 하실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작업이 이미 시작됐고, KBS와 방문진 이사 지원자 명단까지 공개된 마당"이라며 "다시 생각해 주시던가, 그게 아니라면 이 사태를 해결할 복안이라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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