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국민의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2024년 7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TV조선을 통해 열리는 첫 TV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2024년 7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TV조선을 통해 열리는 첫 TV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문자를 가지고 제가 총선에서 고의로 패배했다? 그건 당원에 대한 모욕이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한동훈 후보)

"그거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고요. 왜 안 했습니까. 왜 유일한 사과의 기회를 왜 안 했습니까."(원희룡 후보)

"내용도 없고 특정도 못 하잖아요. 저를 떨어뜨릴 목적이라면 당무감사 갈 것 없이 지금 오픈해야죠…연기 피우고 오물 뿌리고 도망간다? 정말 구태정치고요."(한동훈 후보)

"당무감사 3일이면 할 수 있습니다…정치 시작하면서 거짓말과 분열과 메신저에 대한 말싸움 기술로 넘어가려는 것, 이거야말로 구태 중의 구태입니다."(원희룡 후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원희룡 후보가 지난 11일 2차 TV 토론회(MBN 주관)에서 주고받은 공방이다. 토론의 품격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난타전이었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사천 의혹', '당무감사' 등을 두고 서로의 발언을 물고 물어뜯던 두 사람의 공방은 사회자의 개입이 있은 뒤에야 겨우 멈췄다.

22대 국회는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 속에 1987년 개헌 이후 최장 개원식 지연 기록을 세우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개원식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적어도 향후 3년 내내 이런 꼴을 보게 될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국회 파행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탄핵안 발의 요구 국민청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 동의'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원천 무효'라고 반발하고, 대통령실은 '불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금 여당은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어대명' 분위기의 민주당에 비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에 내심 고무된 눈치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 보면 날것의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꺼내들었는데, 여당 대표 후보로 나섰다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진 전당대회에서 여당이 제시해야 할 정책과 비전을 주제로 한 건설적 능력 검증은 시도조차 못 하는 형국이다. 국민 역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TV 토론회 난타전을 벌인 두 후보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 조치를 확정했다. 공정 경쟁 의무를 규정한 당규 제5조 제1항,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 행위 등을 못하게 돼 있는 제39조 제7호를 위반했다는 것이 선관위의 판단이다. 이번에는 주의·시정 명령에 그쳤으나, 다음에는 경고나 윤리위원회 회부한 뒤 합동연설회나 대담 참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총선 패배 이후 절체절명의 당 위기를 구할 여당 대표가 되겠다면 야당이 행패를 부린다고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한다. '자유, 민주, 공화'의 대한민국을 세운 정통 보수 정당이라는 국민의힘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라는 얘기다.

당권주자들은 오는 17일 서울·인천·경기·강원지역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전국 순회를 마치고, 19일까지 5차 TV 토론회를 이어간다. 지금이라도 희망을 주는 전당대회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인가. 당원과 국민들이 지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국민의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