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무인·자동화 빨라진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기면서, 외식업계의 '무인·자동화' 흐름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로봇, 무인주문기(키오스크) 등의 도입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기존 9860원에서 1.7%(170원) 오른 1만30원으로 확정된 후 고육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외식업계의 무인·자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외식 업체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매장 무인화 바람이 더 심화하고, 널리 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지만, 지난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기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2021년부터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용 치킨 조리 로봇을 개발해 온 교촌치킨은 지난달 기준 서울, 수도권 6개 가맹점에 해당 로봇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르면 연내 미국 캘리포니아 직영점 2곳에도 전용 조리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교촌 관계자는 "조리 로봇은 균일한 맛과 품질의 치킨을 제공하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방지 및 매장 운영 효율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시급 3만원이 넘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인건비 절감 효과 또한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킨업계 1위 bhc치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전자와 협업해 튀김로봇인 '튀봇'을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엔 튀봇 유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주요 매장으로 튀봇 도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인 바른치킨은 치킨로봇을 활용한 바른봇스토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른봇은 튀김공정 작업을 진행하는 협동로봇이다.

롯데GRS는 올해 초 국내 로봇 키친 스타트업 '애니와이'와 함께 롯데리아 구로티지털역점에 햄버거 패티를 자동으로 구워주는 로봇 '알파그릴'을 도입했다. 최근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네온테크'와 협약 체결 후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을 롯데리아에 맞는 고도화 개선 모델로 개발했다. 롯데GRS는 올해 하반기부터 알파그릴과 보글봇을 본격적으로 매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햄버거 시장에서 롯데리아와 경쟁 중인 맘스터치는 올해 초 강남 핵심상권에 전략적으로 오픈한 '선릉역점'에 '비프 패티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한화그룹의 외식 부문 자회사 '한화푸드테크'는 지난 3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인수 계약 절차를 완료했다. 스텔라피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공정을 완전 자동화한 피자 브랜드다. 12인치 크기의 피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5분 남짓. 여러 건의 주문을 연달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조리가 시작되면 1분에 한 판꼴로 피자가 완성된다. 별도 직원이 없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크게 줄어 스텔라피자의 피자 한 판 판매가는 로스엔젤레스 기준 8~9달러로 주요 피자 브랜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한화푸드테크는 현재 스텔라피자 국내 론칭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오스크 도입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무인주문기 도입률은 7.8%다. 5년 전인 지난 2018년에는 0.9%에 불과했지만, 2019년 1.5%로 늘어난 후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3.1%, 2021년 4.5%, 2022년 6.1%로 꾸준히 증가세다. 연구원은 "외식업계에서는 구인난 및 인건비 문제 해결을 위해 무인주문기와 같은 푸드테크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미 운영 효율화를 위해 매장을 무인화·자동화하는 방안이 업계 화두로 떠오른 지 꽤 됐다"며 "내년은 물론, 앞으로도 최저임금을 포함한 인건비 부담은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를 제기해 재심의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