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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높여준다는데"…'미지근' 상계·'뜨거운' 하계 [현장]


노원·하계역 일대 최대 500% 용적률…최고 높이도 상향
"사업성 좋아지니 정비사업 기대 커"
고금리·공사비 부담 여전…"사업성 입증이 우선"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시가 노원구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완화했다지만 재건축 추진이 힘든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마다 사업성 등 상황이 다르기도 하고요. 다들 상계주공5단지 사업 추진 상황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A씨)

"재건축 정비계획 입안제안을 위해 주민 45%의 동의를 모았습니다. 아직 용적률 완화 사실이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업성이 좋아지는 만큼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하계동 우성한신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

2일 찾아간 노원구 재건축 시장에는 상반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단지 곳곳에는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현수막이 걸린 채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지가 역력했지만 중개업소 사이에서는 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2일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한신아파트. [사진=이수현 기자]
2일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한신아파트. [사진=이수현 기자]

1980년대 이후 개발이 본격화되며 1990년대 준공한 단지가 많은 노원구는 다수 단지가 준공 30년이 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원구 내 사용승인을 받은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총 71곳, 9만746가구다.

그런데도 낮은 사업성으로 노원구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주민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단지인 만큼 가구수가 많고 집값이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여파로 사업성이 낮아진 탓이다.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하며 아파트값도 정체됐다.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5월 9억원(10층)에 거래됐다. 2021년 거래된 최고가 12억5500만원(10층)과 비교하면 약 28% 낮은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대상 단지는 투자 목적 수요자들이 몰리며 가격이 상승하지만 노원구 노후 단지 집값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와 노원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 대한 열람공고를 진행하고 있다. 재정비안에 따르면 상계·중계·하계동 역세권 일대 일부 아파트들이 복합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된다. 이에 용적률이 최고 400%로 완화되고, 최고 높이 180m (약 60층)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오피스(업무)와 쇼핑몰(판매) 등 비주거용도로 10% 이상 채워야 하지만 사업성이 높아져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측에서도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복합정비구역 대상에 포함된 하계동 현대우성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와 노원구 발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주민 다수가 단지 용적률이 개선된 점을 알지 못해 주민들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단지 종상향이 가능해져서 용적률을 추가 확보하면 사업성이 더 개선되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2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에 정비계획·신속통학기획제출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2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에 정비계획·신속통학기획제출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다만 여전히 현장 곳곳에서는 정비사업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업성이 높아졌지만 고금리가 여전하고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중개업소에서는 여전히 매물을 찾는 문의조차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계동 노원역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기 힘든 노원구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조금씩 문의할 뿐 수요자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이 되려면 자금력을 갖춘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노원구는 단지마다 평수가 작고 가구수가 너무 많아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사업성이 너무 낮아 투자 수요가 유입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표류하면서 인근 단지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비사업 추진 단지 중 가장 속도가 빠른 단지로 꼽히는 상계주공5단지는 대지지분이 작고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높은 조합원 분담금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지난해 11월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며 사업이 멈췄다.

상계동 중개업소 대표 A씨는 "상계주공5단지가 현재 단지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나오자 인근 단지들도 정비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진 것으로 안다"면서 "먼저 사업을 추진한 단지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사업성을 입증한 후에야 다른 단지들도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텐데 상계주공5단지가 흔들리면서 지역 정비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원구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공사가 착공해야 한다"면서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돼야 외부에서 투자수요가 들어와 다른 단지도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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