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1조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오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상고심 소송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2심 판결의 핵심 근거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특혜, 노 관장의 기여 여부 등을 두고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상고장 제출 절차에 돌입했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3심(상고심)에서도 2심과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 300억' 등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근거로 비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시기 불명의 메모와 어음의 증거력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금액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제공됐는지, 어떻게 사용됐는지 등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3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비자금이 태평양증권 매입에 사용됐다고 판단했으나, 어음 발행일이 1992년 12월인 한편, 태평양증권 인수는 1991년 12월이다.
실제로 비자금 유입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를 부친 노태우의 기여를 딸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있을지도 쟁점이다. 불법 정치자금 300억원을 상속 대상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법 원리 상 불법자금은 상속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SK가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인 혜택과 보호를 받아 성장했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근거로 제시된 제2이동통신사업 진출 특혜의 경우 SK는 노태우 정부 당시 사업권을 따고도 여론에 의해 사업권을 반납했으며, 김영삼 정부 이후에야 사업에 진출했다. SK 측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SK그룹은 '상고심 뒤집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심에서는 원심의 법리해석만 판단하며, 특히 가사소송의 경우 원심을 뒤집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최 회장 측은 SK주식의 특유재산 인정 여부를 쟁점으로 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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