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심해 유전탐사 시추 승인 소식을 발표하자 관련 종목들이 연일 급등세다. 증권가에선 가능성만으로 투자하기엔 섣부른 판단이며 밸류에이션에 근거하지 않은 주가 상승은 하락을 초래하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대성에너지, 한국석유, 동양철관, 한국ANKO유전 등이 전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거래일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동해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정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1배럴은 원유 159L)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다. 140억 배럴 매장 추정량 가운데 가스는 75%, 석유는 25%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석유·가스 부존량(35억 배럴)만 확인돼도 동해-1, 2 가스전 부존량(4500만 배럴)의 77배가 넘는다. 최대 추정량(140억 배럴)이 모두 상업 생산으로 이어지면 실질적인 산유국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증시에 상장된 관련주들이 단번에 치솟았다. 전일 하루 동안 25% 넘게 급등한 관련주만 10개가 넘었고 강세는 이틀째 지속되고 있다.
이날 기준 한국가스공사, 대성에너지, 한국석유, 동양철관 등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장 초반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2년 만에 4만6000원 선에서 거래됐으며 동양철관 또한 1년 만에 1170원대에 안착했다.
무엇보다도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만으로 투자하기엔 섣부르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 탐사시추를 개시한다고 하더라도, 2027년에 공사를 시작해 상업적인 개발은 2035년부터 가능한데, 만약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채굴 원가가 경제성이 있을지 불확실하다. 회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제 매장과 발표된 자원량이 차이가 날 수 있고 채굴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물리탐사의 성공률도 확신할 수 없다. 정부는 성공 확률에 20%라고 얘기했으나, 업계에선 실질적으로 10% 남짓으로 판단한다. 정부의 시추 성공률 20%대로 가정하더라도, 시추공 5개를 뚫어 1개 성공을 기대하는 셈인데, 시추공 한 개당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5차례까지 시추가 필요한 것으로 언급됐는데, 천해가 아닌 심해이기 때문에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리 탐사 결과로 확인된 탐사자원량(미발견 원시부존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인데, 통상 최소치가 신뢰성이 높다"며 "아직 탐사 초기 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기에 추가적인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 외에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짚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가 사라지자 갈 곳 잃은 자금들이 테마성 주식에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전일 발표됐지만, 확실한 것 없이 과열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에 근거하지 않은 주가 상승은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테마주는 한 달 내외로 잦아들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수 있겠지만, 고점에서 물리면 오랜 기간 동안 회복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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