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를 지목했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진입하면 금리를 낮춰 소비를 부양하겠다는 생각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면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다만 소비 부문으로 한은의 예측이 한 차례 비껴갔던 것처럼 금리 인하 카드가 내수를 끌어 올릴 무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약적인 금리를 정상화해야 제약적인 소비도 정상화된다"면서 "물가가 안정된 수준으로 내려온다면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에 내수가 좋았지만, 예상보다 좋았다는 것이지 GDP 성장률에 비해 좋다는 건 아니다"라며 내수 부양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희망 고문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는 여전히 예상보다 높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기조적인 물가 하락을 판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한은은 올해 2.6%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지만, 민간에선 한은이 이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측이 더 많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2.70% 수준으로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물가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확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물가가 2.3~2.4%가 됐다고 무조건 금리를 내리는 게 아니라, 2.4%까지 내려가는 추세가 보이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금리 인하 시점은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물가 목표에 근접한다는 추세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게다가 지난 1분기 소비 부문 예상이 크게 어긋나면서 한국은행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 총재는 이날 "양호한 기상 여건, 이전지출의 조기 집행, 휴대폰 신제품의 조기 출시 등으로 소비가 개선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 증가율을 지난 2월 전망(1.6%)보다 0.2%p 높였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예측이 변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제 전망이 0.4%p 정도 달라졌지만,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경제를 전망하는데, 지난 1월엔 2.2%에서 지금은 4월에 2.7%, 0.5%p 올렸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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