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13일 오후 전격적으로 단행된 대검 검사급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엄정수사를 선언한 지 11일 만에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이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윤 대통령이 이 총장과 검찰에게 보내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13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39명에 대한 신규보임과 전보 27명에 대한 인사를 오는 16일자로 시행했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이 임명됐다.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났다. 승진 인사지만 윤 대통령 부인 김건의 여사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앞 둔 상황이라 교체 내지는 좌천이라는 성격이 짙다. 송 지검장은 수사팀 의견을 들어 김 여사 소환 조사에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라인도 전원 물갈이 됐다. 검사장 승진 형식으로 전보됐지만 차장검사 4명 중 3명은 임명 8개월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통상 검사의 보직 임기는 2년이다.
특히 고형곤(31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의 교체를 두고 말이 많다. 고 차장검사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를 지휘해왔다. 송 지검장과 함께 2022년 5월 임명됐지만 한창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교체된 것이다. 4차장 산하 부장검사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후임자 차장 인사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후속 인사가 곧 이어진다고 해도 새 지검장과 차장이 사건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해 수사는 더 늘어질 전망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김창진(31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났다. 김 차장검사는 2023년 9월 25일 임명됐다. 이날 1차장 산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소환했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2일 주례정기보고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고발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송 지검장은 특별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검사 3명을 형사1부에 추가 배치해 화력을 증강했다.
이들 차장 4명은 모두 비수사청으로 전보됐다. 고 차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박현철(31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서울고검 차장검사, 김태은(31기) 3차장 검사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전국 최강화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대형수사 전면에 나서 온 차장들을 모두 비수사청으로 보낸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사장 승진이 검사로서는 매우 영예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떠밀리 듯 자리를 옮기는 당사자들로서는 아무래도 머쓱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검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고검장·검사장 공석이 생겼다고 해도 수사의 안정성이나 검찰조직 인사의 안정성을 고려해서라도 대리나 겸임체제를 유지한 뒤 후임 차장들을 인선한 상황에서 인사를 냈을 만도 한데 모양새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이날 인사에 앞서 이주형(25기) 서울고검장, 최경규(25기) 부산고검장, 노정연(25기) 대구고검장, 홍승욱(28기) 광주고검장, 한석리(28기) 울산지검장, 박종근(28기) 광주지검장, 배용원(27기) 청주지검장 등 7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
앞의 변호사 말대로 인사 시기를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온다. 이 총장 임기가 올해 9월 만료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 시점에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통상 검찰 정기 인사는 매년 2월과 8월에 단행한다. 검찰총장 임기가 겹치면 새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하는 게 관례다. 검찰청법 34조 1항도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에 따르면, 이 총장도 이번 인사에 의견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인사에서 대검 참모진 역시 감찰부를 제외한 7명 중 6명이 물갈이 됐다. 전국 검찰청 특별수사를 지휘·지원하는 양석조(29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만 유임됐다. 이 총장으로서는 손 발이 다 잘린 셈이다. 이 총장은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원주지청 검사들 격려방문차 강원도로 출장을 가 자리를 비웠다.
대검은 대검대로 뒤숭숭하다. 인사 대상자들은 극히 말을 아꼈다. 다만, 복수의 대검 관계자들은 "공무원이 인사명령대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면서도 "인사가 너무 급박하게 난 것 같다"고 했다.
김주현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7일만에 인사가 단행된 것도 공교롭다는 게 검찰 안팎 반응이다. 대통령실은 김 수석 임명을 '민심 청취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 인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수석은 법무부 검찰과장, 기획조정실장, 검찰국장을 역임한 인사통이다. 국정농단 사태 직후 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 사직 후 총장 직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검 간부 출신 변호사는 "총장더러 나가라는 메시지"라고 이번 인사의 행간을 풀이했다. 그는 이어 "아직 현 정부 임기가 3년 남은 상황에서 검찰 전체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도 주장했다. 과거 법무부에서 검찰 인사를 다뤘던 법조계 인사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윤 대통령은 임기 만료전 검찰총장 2명을 임명할 수 있다.
이 총장은 다음 날 청주지검 제천지청과 충주지청 방문이 예정돼 있으나 일정을 취소하고 14일 정상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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