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일본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을 운영하는 라인야후를 두고 벌어진 최근 사태에 대해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촉발된 라인야후 지분 관계 재검토 문제에 대한 네이버의 대응으로는 지분 전량 또는 일부 매각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과거 라인을 자회사로 뒀던 네이버와 야후재팬(검색)을 보유한 소프트뱅크는 2019년 11월 경영통합을 결정했고 이후 이들을 합친 라인야후가 출범했다. 현재 네이버·소프트뱅크→A홀딩스→라인야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라인야후 기업가치 25조원' 지분 전량 매각…"소프트뱅크가 응할까"
중간 지주사인 A홀딩스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은 64.5%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50%)씩 가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으로,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의 지분 가치는 시가총액 중 약 33%인 8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대 주주에 오르며 가지게 될 라인야후와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 전량 매각 시 네이버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점은 소프트뱅크에 부담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도 그룹의 주력 기술 투자 부문인 비전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을 현금화해 AI·반도체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그간 투자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는 순손실만 9701억엔(약 9조원)을 기록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분 일부 매각해 '연결고리' 유지…글로벌 전략 변화 불가피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라인이) 일본 외에 대만·태국 사업 등으로 다양하게 연결돼 있어 일부 지분 매각으로 라인야후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사업적 관계는 유지하면서 네이버는 몇 조 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글로벌 사업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라인은 일본 외에도 대만·태국 등에서 점유율을 확보해 2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메신저다. 메신저를 주축으로 간편결제, 웹툰 등으로 확장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실적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웹툰 등 네이버의 해외 사업과 관련된 상당수의 계열사가 라인(라인야후) 쪽과 지분 관계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라인망가(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 운영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네이버의 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다. 이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은 네이버와 라인야후가 각각 71.2%, 28.7%를 보유한 식이다. 지난해 네이버의 연간 매출 9조6706억원 중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약 1조3525억원으로, 비중은 14% 수준이다.
◇지분 매각 없이 현행 체제…"경영 불확실성 우려"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IT 인프라 위탁 관계를 순차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위탁하고 과도하게 의존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허술하게 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후속 조치로 라인야후가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네이버로부터 점진적으로 시스템(인프라) 분리를 추진하면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10일 현안 브리핑에서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이 내린 행정지도는 ‘자본 지배 관계 재검토’로, 지분 매각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는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 축소를 요구 받으며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버틸 수 있지만 경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는 기업에 부담일 수밖에 없고 이미지 하락과 같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점 역시 과제"라고 분석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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