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부실채권 매각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부실요인 해소 여부에 따라서 매물에 대한 실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데다, 충당금적립률도 낮아 이를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에 따라 M&A 진행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회사들은 부실여신(NPL) 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 정도에 따라서 저축은행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 인수 협상 과정에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NPL에 대한 가격 차이로 인해 협상 진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 상당수는 NPL비율이 높고, 충당금 적립률은 낮은 곳이 많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에 기반한 상상인저축은행, OSB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H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을 잠재 매물로 거론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행정소송, 투자지분 해소(EXIT) 등의 사유로 대주주가 매각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상상인저축은행이 15.05%에 이르고, HB저축은행도 13.40%에 달한다. 한화저축은행(8.52%)을 제외하면 모두 10%를 웃돌고 있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ㄹ 비율 역시 업계 평균(79.8%)을 크게 밑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적립율은 62.5%에 불과하고, HB저축은행도 52.1%에 그치고 있다. OSB저축은행도 44.4%로 부실에 따른 대응 여력이 현저히 낮다. 향후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매도인 측은 자기자본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려 하고, 사려는 곳은 NPL과 충당금 등을 고려해 저렴하게 사려 한다"며 "갭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이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려다 손을 뗀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기 위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했지만, 상상인그룹에서 요구하는 몸값이 높아 포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가격 차이로 중단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IB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경·공매를 원활히 진행해 잠재 리스크가 줄어들었을 때 적당한 매물을 사려 한다"며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쯤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경·공매 등에서 가격 차이로 부실채권을 원활히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원금의 70%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정했지만, 시장은 40%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만큼, 이전보단 처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PF 대출이 6개월 이상 연체하면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해야 한다. 직전 최종 유찰가를 첫 입찰가로 제시해야 하는 규정도 생긴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 속도도 빨라진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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