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 커피가 대대적 혁신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전면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할 계획이다. 매장 디자인, 핵심 메뉴 구성은 물론 주요 제품 가격대까지 손 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필요하다면 사명까지 바꿀 분위기다.
1993년생, 젊은 오너 2세도 체질 개선이란 특명을 안고 회사에 복귀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모호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디야커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0.8% 줄어든 2755억원이다. 이디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건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가량 줄었다.
이디야의 첫 매출 역성장은 업계 내 흔들리는 입지를 반영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디야는 지난 2001년 1호점 오픈 후 고속성장을 이어가며 단숨에 국내 최대 가맹점을 가진 메가 브랜드로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가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고가 매장에서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충족하고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매장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양상을 보여 이디야 같은 중저가 브랜드는 설 곳을 잃었다.
실제로 이디야가 역성장한 지난해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와 저가 커피 브랜드는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독보적 1위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2조9295억원, 영업이익은 14.2% 늘어난 1398억원이다. 투썸플레이스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2.1% 증가한 4282억원의 매출, 19.3% 증가한 2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저가 커피 1위 메가커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7% 증가한 3684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이디야 매출을 추월했다. 컴포즈커피의 지난해 매출은 889억원,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5%, 47% 늘었다.
이디야 역시 이를 의식해 창사 이래 최초로 브랜드 전면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 확정 사안은 없지만, 단순히 매장 디자인이나 BI 등을 손보는 수준에 그치진 않을 것이란 게 이디야 안팎의 견해다. 문창기 회장이 각별한 애착을 보이는 브랜드명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필요하다면 이조차 바꾸자는 기조로 내부 회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회사로 복귀해 최근 등기이사로 선임된 문창기 회장의 장남 문승환 이사도 리브랜딩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1993년생인 문 이사는 과거 이디야에 입사해 2년간 경영수업을 받다가 퇴사한 후 BCG, AT커니, 딜로이트 컨설팅펌에서 전략 구상 등 실무를 경험했다. 지난해 말 이디야에 복귀한 후 경영전략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리브랜딩 후 겨냥할 타깃이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부상 중인 2030세대일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90년대생인 문 이사의 역할이 막중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능력을 입증할 첫 시험대를 마주했단 평가도 나온다.
핵심인 가격 정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를 높이는 방향과 낮추는 방향을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만약 가격 정책을 파격적으로 바꾼다면 스타벅스처럼 프리미엄 콘셉트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커피 업체들의 확장 정책이 워낙 공격적인 데다, 3000여 개가 넘는 가맹점을 갑자기 저가형 프랜차이즈로 전환할 경우 점주들의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매장도 적지 않은 이디야가 갑자기 저가 브랜드로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맛과 품질을 중요시하는 문창기 회장의 경영철학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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