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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뷰] 영수회담 첫발…불안한 '협치 여정' 시작


윤 대통령, '협치·소통형 총리' 인선 속도
'협치 불씨' 의료개혁, 野 협조해야 가능
'채 상병 특검법' 등 현안 '강 대 강' 대치
대통령실·여야, '협치 진정성' 있는지 관건

[아이뉴스24 김보선,유범열 기자] 현 정부 집권 720일 만에 이뤄진 영수회담을 두고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야의 첨예한 대치 국면을 해소하고 실종된 협치와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고 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당 대표와의 3자 회동 등의 형식으로 조만간 다시 만나자는 데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기약이 없는 상태다. 향후 정국에 언제 걷힐지 모르는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4.04.29. [사진=대통령실]

◇'협치 마중물' 의료개혁…국무총리 임명이 변수

총선 패배 이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교체하고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은 국정쇄신을 본격화하기 위한 국무총리 인선을 우선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차기 국무총리는 22대 국회에서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회담 안건에서 빠졌다. 인사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3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인선의 큰 방향을 '협치형·소통형'에 방점을 두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국무총리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이 찬성해야 임명될 수 있어 입법이 수반되는 각종 국정과제를 임기 내에 실현하려면 거대 야당과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호영·권영세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이 복수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새 총리는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정갈등 해결과 연금·노동·교육 등 '3대개혁'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영수회담의 사실상 유일한 성과라 할 수 있는 의료개혁의 경우 야당이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대를 표시한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도 활발해질 걸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의 돌파구로 국회 공론화특위를 통한 여야-의료계 논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평가는 박하다. 의료개혁 추진이 협치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야권이 국무총리 임명을 반대하고 나선다면 의료개혁과 협치 정국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4.29.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 수용 난제, 민주당 '강공 드라이브'

이런 가운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갈 전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영수회담이 끝난 뒤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당장 지난 총선에서 171석 거대 야당 지위를 재확보한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를 열어 윤 대통령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현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전날 이 대표는 △민생 회복 지원금 △R&D 예산 복원 △과도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태원참사 및 채 상병 특검법 수용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의 전환 등을 영수회담 테이블에 올렸다. 윤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거나 당장 수용할 수 없는 현안들이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 총선을 비롯해 반복적으로 요구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제안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안으로 선택적 지원을 제안한 것이지만 이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영수회담 이튿날인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2일 본회의에서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과 관련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국민 명령대로 정부·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5월 임시회를 적극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 도입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민주당 중심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직후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은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지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4.29. [사진=뉴시스]

◇"영수회담, 남은 3년 예고편"

이번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가 아쉬웠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세부 과제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점을 찾더라도 총론적으로는 '일부 수용'이나 '적극적 검토' 같은 전향적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래야 야당이 추가적인 회담을 통해 협상에 나설 명분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에 신중하겠다' 등의 입장 표명은 있었어야 정례회동이라는 것도 가능한 것"이라며 "야당이 요구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정책으로 반영하겠다는 말이 없는데, 영수회담이 앞으로 더 열린다고 해도 기대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차기 원내대표가 이른바 '찐윤', '찐명' 당선이 유력한데, 협치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톱다운 방식으로 결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렵다. 이번 회담 결과는 남은 임기 3년 강 대 강 대치의 예고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대통령실이 형식에 많은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형식만으로 평가할 수 있겠나"라며 "시작이라고 하지만, 시작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통령도 안 바뀌고 여당도 안 바뀔 것이라는 가능성만 높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직접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행될 협치의 여정에 여야와 대통령실 얼마나 진정성을 보이는지가 향후 정국의 관건이 될 걸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야 간 협치를 위해 선의와 성의를 갖고 회동에 임했다"며 "향후 정치적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통과 협치가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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