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존주택 전세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임차인이 태풍에 주저앉은 임대주택 수리비를 부담했다면, LH도 기존주택 소유자와 공동으로 수리비를 임차인에게 상환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존주택 전세임대주택 지원사업'이란 도심 내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입주대상자가 거주하기 원하는 기존주택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대상자와 전대차계약을 체결해 입주대상자로 하여금 기존 주택에서 살게 해주는 사업이다.
2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전지은 판사는 A씨가 임대인 B사와 전대인 LH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A씨에게 20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무주택자인 A씨는 2008년 7월 주거취약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LH가 시행하는 기존주택 전세임대 지원을 받아 경북 포항시에서 다세대주택을 임차했다.
이 다세대주택은 LH가 부동산 임대업체 B사와 보증금 15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다시 A씨와 입주자 부담금 75만원, 월세 1만1870원으로 2년간 전대한 건물이었다.
A씨와 이후 12년간 계약을 갱신하면서 해당 다세대주택에서 살아왔는데, 2020년 8월 태풍 '마이삭'이 동해안 일대를 강타하면서 A씨가 살던 다세대주택 5개동의 지붕이 주저앉았다.
수리비는 모두 6800만원이 들었고, A씨는 이중 일부인 205만원을 내야했다. 이 금액은 A씨가 12년간 살면서 낸 임차료 180만원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이에 A씨는 건물주이자 임대인인 B사와 전대인인 LH에 대해 수리비 상환을 청구했다. 그러나 B사는 파산해 변제 능력이 되지 않았고, LH는 "수리비 청구는 임대인인 B사에 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A씨가 대한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B사와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H는 재판에서 "부동산에 하자가 발생해 임차인이 보수를 요구할 경우 임대인인 B사가 즉시 보수해야 한다"는 계약서 조항을 들면서 손해배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약정만으로 필요비 상환의무가 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측 조필재 변호사는 "타인의 부동산을 임차해 주거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해주는 LH는 입주자(전차인)와의 특약이 없는 한 부동산 보존·수선에 드는 필요비 배상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LH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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