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인 '폐수지'를 짧은 시간에 저준위폐기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 규모 실증을 완료했다. 원전 내에 장기 보관하고 있는 폐수지를 처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지 주목된다.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박환서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 최대 용량의 중수로 폐수지 처리 상용규모 실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에서는 중준위 방사성폐기물로 폐수지가 발생한다. 폐수지는 중수 등의 액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때 사용한 이온교환수지(IRN150)인데,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를 포함하고 있다. 방사능의 농도가 높고 양이 많아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는 물과 함께 폐수지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마이크로파 조사를 통한 폐수지 처리 원천기술’을 2018년에 개발한 개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마이크로파로 이온교환수지를 가열해 화학적 구조를 바꿔 탄소-14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규모 공정(100kg/batch)을 개발하고, 지난 2월 월성원전 내에 보관 중인 폐수지를 처리해 탄소-14를 99% 분리·저감하고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원은 이번 실증이 실제 사용한 폐수지를 상용규모로 처리에 성공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중수로를 운영하는 캐나다, 중국, 인도 등에서도 중수로 폐수지 처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실험실 규모에서 실증하는 단계이다. 또한 대부분 폐수지에 전기, 열 또는 산을 가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2차 폐기물이 발생하고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반면, 연구팀은 폐수지내 탄소-14를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마이크로파에 주목했다. 마치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음식물을 조사해 운동에너지를 발생시켜 음식물을 데우듯이, 폐수지를 2시간 정도 마이크로파로 조사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탄소-14가 약 99% 분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증을 위해 냉장고 크기 정도의 마이크로파 조사 반응기를 발전소 내부에 설치했다. 그 후 폐수지 저장탱크에 있는 폐수지를 옮겨 마이크로파 반응기에 투입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폐수지의 탄소-14가 장치 내부에서 가스 형태로 발생되고, 이를 흡착장치로 흘려보내면 흡착제가 탄소-14를 회수할 수 있다. 남은 폐수지는 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돼 경주처분장에 보내지게 된다.
연구책임자인 박환서 박사는 당장 이 기술을 원전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의 검증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를 거치는 데 최소 2~3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실제 사용된 폐수지를 대상으로 실증하는 데 성공한 만큼 방사성폐기물을 더욱 쉽고 안전하게 처분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탄소-14는 상업적 가치도 커서 국내 산업에 활용하거나 외국으로 수출하는 길도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폐수지에서 회수한 탄소-14는 농축 과정 한 번만 거치면 의약품 개발에 사용되는 표지화합물의 원료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중수로에 보관된 폐수지에 포함된 탄소-14는 약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현재 탄소-14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공정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선광티엔에스(대표 노광준), 울산과학기술원(김희령 교수)이 함께 했다. 원자력연 이기락 박사 팀은 마이크로파 조사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14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순환시켜 탄소-14를 고농도로 회수할 수 있는 상용규모 공정시스템을 개발했다. 선광티엔에스는 상용규모 공정장치를 설계·제작해 발전소에서 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증했으며, 울산과학기술원은 처리시스템의 방사선학적 안전성을 입증했다.
류재수 원자력연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장은 “이번 중수로 폐수지 처리기술은 방사성폐기물의 문제를 해소하는 중요한 연구 결과 중의 하나”라며, “새롭고 혁신적인 방사성폐기물처리 공정기술과 관리기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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