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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방패가 필요하다]③ 올해로 수명 다하는 'K-칩스법'…'시즌2' 시급


정치권, '반도체 지원' 한 목소리에도 보조금·K-칩스법 지원은 의견 갈려
'K-칩스법' 연말 일몰…연장 안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세부담 2.5조 늘어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중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반도체 전쟁'에 일본과 유럽연합(EU)까지 보조금 경쟁에 가세하며 반도체 산업이 '머니게임'의 장(場)이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으로 한국의 '반도체 강국'의 지위가 강하게 위협받는 가운데, 한국의 K-반도체 산업 현황과 정부 지원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생산 설비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조금을 지급하진 않고, 일명 'K-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소극적인 정책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올해 말 시효가 끝난다.

윤석열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 확대 등 반도체 산업 지원을 약속했지만,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며 정책 추진 동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반도체 관련 지원 공략을 내세운 만큼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은 올해 말로 시효가 만료돼 자동 폐기된다. K-칩스법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최대 15%(중소기업은 2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한 지원 제도다.

K-칩스법 일몰 이후에는 설비투자 공제율은 15%에서 8%로 줄어든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반도체 대기업의 세 부담이 2조5000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투자 축소가 우려된다.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K-칩스법 일몰 시기를 올해 말에서 2030년으로 6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약 1개월 남은 상황인 만큼 법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현 정부는 현재 세계 반도체 산업 지형의 변화를 '전시 상황'에 빗대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인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전시 상황에 맞먹는 수준의 총력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투자 인센티브부터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주요 국가의 투자 환경과 지원 제도를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AI)와 AI 반도체 분야에 2027년까지 9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AI 반도체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는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일제히 반도체 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여야 공통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전력, 용수, 도로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인프라 신속 지원을 약속했다. 'K-칩스법'을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공약도 양당 모두 포함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다만 반도체산업 지원에 대한 세부적인 방향성은 여야간 차이가 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반도체 관련 시설투자에 대해 주요 경쟁에 대응할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직접적인 보조금에 대한 언급은 없고, 시스템반도체와 첨단패키징 지원을 강화해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의 압승으로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세부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입장차에도 공통적으로 주요 국가첨단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에는 정부와 여야 할 것 없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K-칩스법'의 '시즌2'라고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여야가 합심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반도체업계에선 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나설 것을 요청해왔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 부문장(사장) 등 반도체 기업인들은 지난달 26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투자 보조금 신설을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보조금이 지급되면 원가 부담이 줄어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에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칩스법'을 제정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 총 390억 달러(약 52조2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총 132억 달러(약 17조7000억원)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5000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일본도 반도체 보조금 투입을 통해 '반도체 생산 르네상스'를 되찾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만 TSMC 공장의 자국 유치에 1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제공키로 했다. 또 도요타와 NTT 등 자국 대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반도체 제조사인 라피더스에도 9200억엔(8조1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EU는 현재 약 10%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2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이와 관련한 반도체법이 발효됐다. EU는 33억 유로(약 4조8000억원)의 예산과 민간 투자를 포함해 총 430억 유로(6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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